방송인 김제동이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단 5분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여줬다. 화려한 눈화장을 하고 빅뱅 멤버 탑으로 변신했지만,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는 쓸쓸한 기운은 안방극장에 웃음 폭탄을 선사했다. 쓸쓸한 사람들 중에서도 최고로 쓸쓸하다는 이유로 ‘쓸친소’ 아이콘이 된 김제동이 무슨 일을 벌인 걸까.
‘무한도전’은 지난 21일 방송된 ‘쓸친소’ 특집 2탄을 통해 본격적으로 축제의 막을 올렸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해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라는 기상천외한 특집을 마련해 일명 못난이 중에 상 못난이를 가리는 축제를 벌였다. 올해는 못생긴 사람과 쌍벽을 이루는 쓸쓸한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지난 해에 이어 당연히 참가할 줄 알았던 김제동이 연말 콘서트로 인해 불참 의사를 밝혔지만, 반전이 펼쳐졌다. 바로 그가 탑의 ‘둠다다’를 부르며 ‘쓸친소’ 위원장으로 기념사를 하기 위해 깜짝 등장한 것. 사전에 참석을 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가운데, 그의 출연은 일단 반가웠다. 표정만으로도 쓸쓸한 아우라를 내뿜는 그가 아니던가.

일단 김제동은 탑의 카리스마를 돋보이게 했던 빅 마이크를 메고 화려한 정장을 똑같이 갖춰입었다. 그리고 탑과 마찬가지로 좌중에게 손가락을 가리키며 카리스마를 내뿜으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신이 내린 쓸쓸함’, ‘옷깃이 이상하다’, ‘신발끈도 풀렸다’라는 외롭기 그지 없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달리 ‘쓸친소’ 위원장이 아니었던 것. 등장 후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김제동이 선사하는 웃음은 짠하기 그지 없었다. 쓸쓸한 이들을 모아놓은 특집다운 대표 아이콘이 풍기는 쓸쓸한 기운은 압도적이었던 것.
무엇보다도 MC 유재석이 “내가 제동 씨와 헬스클럽을 같이 다니는데 등(근육)이 굉장히 좋다. 그래서 등신이라고 불린다”고 슬픈 별명을 폭로한 대목은 그야말로 웃음을 참기 힘든 순간이었다. 분명히 등근육이 멋있다는 의미였지만, ‘등신’ 김제동이라는 말은 그의 쓸쓸한 표정과 놀라운 어우러짐을 보이며 웃음이 빵빵 터졌다.
이날 김제동은 무표정한 얼굴로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솔로라서 불행한 것이 아니고 커플이라서 행복한 게 아니다. 행복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쓸친소’ 기념사를 외치고 자신의 토크 콘서트 준비를 하기 위해 녹화장을 떠났다. 5분 남짓의 출연이었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쓸친소’ 아이콘답게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고 사라진 것.
김제동은 지난 해 ‘못친소’ 특집에도 유재석으로부터 필수 옵션이라고 여겨질 만큼 ‘무한도전’이 다소 측은하게 여겨지는 사람들을 모으는 특집 때마다 단골손님으로 나오고 있다. 여러 방송을 통해 연애에 약한 모습을 보였던 그이기에 쓸쓸한 사람들이 모인 위원장으로서 적임자가 따로 없는 분위기다.
이번 ‘쓸친소’ 특집에서 정식으로 함께 하지는 못했지만 기념사 하나만으로도 특집의 상징성 같은 역할을 했다. 특히 제작진은 유독 그가 말을 할 때마다 고풍적인 글씨체를 활용해 마치 쓸쓸한 것도 뛰어넘은 신의 경지에 이른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 재미를 배가시켰다.
‘쓸친소’는 지난 14일 방송을 통해 출연할 게스트들을 모았다. 또한 21일에는 게스트들의 면모를 드러내고, 함께 눈이 휘몰아치는 옥상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캐릭터를 형성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아직 본격적인 게임을 방송하지 않은 ‘쓸친소’ 특집이 위원장 김제동 외에 어떤 깜짝 스타를 만들지 자못 궁금증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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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