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기로에선 영원한 친구도, 의리도 없었다. 서로 속고 속이는 철저한 거짓말과 배신만 있을 뿐이었다. 거짓말과 배신은 냉정한 게임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이자 하나의 전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더 지니어스2: 룰 브레이커'(이하 더 지니어스2) 3회에서는 '왕게임'이 진행됐다. 이번 게임에서는 천재 해커로 불리는 이두희의 배신으로 초반 같은 팀 동료였던 바둑기사 이다혜가 최종 탈락했다.
'왕게임'은 참가자들이 엄지와 검지 중 하나를 선택한 후 투표로 선출된 왕에 의해 각각 A팀과 B팀으로 나뉜 뒤, 각 팀에서 더 적은 쪽을 선택하는 사람이 승점을 획득하는 게임. 총 11명의 참가자 중 6명이 연합했을 때 안전하게 우승을 할 수 있는 게임으로, 참가자들은 게임 시작 전부터 연합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먼저 홍진호는 노홍철과 은지원, 이상민, 이두희, 임요환에게 연합을 제의했다. 하지만 이두희와 임요환은 변호사 임윤선을 주축으로 뭉친 이다혜, 아나운서 조유영, 마술사 이은결 연합에 속했고, 이두희는 게임 첫 번째 라운드에서 홍진호 쪽을 배신하며 '배신자' 낙인이 찍혔다. 결국 홍진호 연합은 유정현을 합류시킨 후 게임을 이어갔고, 수적으로는 불리하지만 상대팀의 작전에 훼방을 놓으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홍진호 팀의 승리엔 비밀이 있었다. 바로 이두희가 스파이였던 것. 이두희는 임윤선 팀의 정보와 작전을 홍진호 팀에게 그대로 말했고, 이 사실은 게임 중간에 공개돼 임윤선 팀을 혼란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러나 임윤선 팀의 멤버들은 이두희를 욕하면서도 그들의 편에 서기 시작했다. 빨리 홍진호 팀으로 들어가야 탈락자를 결정하는 데스매치에서 면제권을 받을 수 있었던 것. 임윤선과 이은결은 재빨리 홍진호 팀에게 그들을 살려줄 것을 부탁했고, 결국 임윤선 팀에서 끝까지 신의를 지키려했던 이다혜와 조유영이 탈락자 선정 게임을 하게 됐다.
이다혜와 조유영은 1라운드부터 연합을 형성해온 동지로, 서로 데스매치에서 싸우게 된 것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두 사람은 '더 지니어스2' 안에서 누구보다 친했고,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던 것. 하지만 탈락과 생존의 기로에 선 그들은 냉정하게 게임에 임했다. 생존 앞에서는 동료애보다 일단 승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고 절실했던 것. 특히 조유영은 이다혜와의 친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게임이 시작되자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참가자들이 번갈아가며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기 때문에 타이밍이 중요했는데, 아쉽게 자신의 순서를 놓칠 때면 바짝 날선 모습을 드러낸 것. 결국 조유영은 이다혜와 연장전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을 이어갔고, 이다혜가 최종 탈락자가 됐다.
'더 지니어스2'에서는 당연하게 배신과 거짓말이 오가는 만큼 영원한 친구와 동료는 없다. 게임마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과 전략적인 동맹을 형성하는 것이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 이두희처럼 몇 번의 배신으로 한 팀 전체를 데스매치의 위기에 몰아넣을 수도 있고, 이다혜처럼 100%의 신뢰를 줬다가 탈락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참가자들이 자신을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배신만 하다가는 연합이 필요한 게임에서 도태되기 쉽기 때문. 또 그만큼 다른 참가자들의 심리를 읽는 것도 중요한 작용을 하고, 게임을 통해 이러한 인간의 본성을 보여주는 것이 '더 지니어스2'의 재미다. '룰브레이커'라는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더 지니어스2'를 정복하기 위해서는 게임 규칙과 친구보다 이두희와 임윤선처럼 적절한 배신과 음모, 그리고 심리싸움이 더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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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