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시즌 올스타 베스트5에 선정된 선수가 신인왕 자격이 없다?
2년 차 ‘중고신인’ 장민국(24)이 데뷔시즌 올스타 베스트5로 선정됐다. KBL 17시즌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는 신인왕은 될 수 없는 운명이다. 이유가 뭘까.
2013년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22일 오후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다. 장민국은 당당히 팬투표에 의해 매직팀 올스타 포워드로 선발됐다. 그만큼 팬들이 장민국의 인기와 실력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장민국은 21일 치러진 ‘무빙올스타’에서 최다득표 양동근, 1순위 신인 김종규 등 올스타 동료들과 함께 팬들을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유쾌한 장면이었다.

역대 올스타중 데뷔시즌에 베스트5에 선정된 신인선수는 올 시즌 김종규, 김민구를 비롯해 주희정, 서장훈, 김승현, 김주성, 김민수, 오세근, 최부경까지 총 9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 시즌 처음 코트를 밟은 장민국은 그 명단에 낄 수 없다. KBL이 장민국에게 신인자격을 부여하지 않기 때문이다.

KBL 규정에 따르면 경기 전 제출된 선수명단 12인에 이름이 오르면 출전여부와 상관없이 출전선수로 본다. 또 한 번이라도 출전기록이 있는 선수는 데뷔한 것으로 간주한다. 2012년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0위로 KCC에 입단한 장민국은 부상으로 2012-2013시즌 전체를 날렸고 단 1초도 뛰지 않았다. 정규시즌 경기에 뛴 것은 올 시즌이 처음이다.
하지만 장민국은 지난 시즌 선수명단에 여러 차례 이름이 올랐다는 이유로 올 시즌 신인왕 자격을 박탈당했다. 지난 시즌 KCC는 부상선수가 많아 선수명단 최소기준을 채울 도리가 없자 하는 수 없이 부상자 장민국의 이름을 올렸던 것이다.
2009년 미국프로농구(NBA) 전체 1순위로 선발돼 2009-2010시즌 전체를 무릎부상으로 날렸던 블레이크 그리핀(24, LA 클리퍼스)은 2010-2011시즌을 소화하고 신인왕에 올랐다. 정규시즌 경기출전이 기준이기에 신인왕 획득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 KBL에서는 이런 중고신인 성공스토리가 나올 수 없다는 뜻이다.
장민국은 올스타 선발에 대해 “얼떨떨하고 신기하다. 팬들이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내가 기술이 없어서 올스타전에서도 보여드릴게 없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신인왕 자격 박탈에 대해선 “난 안 받아도 좋다. 아쉽지 않다. 우리 팀에서 김민구가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소탈하게 웃었다. 하지만 이는 길게 봤을 때 장민국 혼자 괜찮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프로야구에서는 5년 이내 입단선수 중 당해연도를 제외하고 투수는 30이닝 이내, 타자는60타석 이내라는 명쾌한 신인왕 기준이 있다. 프로축구에서는 올해 신인왕 대신 ‘영플레이어상’을 신설했다. 영플레이어상은 대한민국 국적(북한국적 및 해외동포 포함), 만 23세 이하, 국내외 프로리그 출전 햇수 3년 이내, 해당 시즌 K리그 전체 경기 중 1/2 이상 출전자가 대상이 된다.
그 결과 2년 전 신인상을 놓쳤던 고무열(23, 포항)은 올해 포항을 극적인 역전우승으로 이끈 뒤 영플레이어상을 받았다. 고무열은 “2년 전 신인왕을 수상하지 못한 것이 자극이 됐다”는 멋진 소감을 전했다.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 유독 사연 많은 중고신인 성공스토리가 뒤따르는 이유다. 물론 대학졸업선수가 당장 프로에서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농구는 고졸선수 비중이 높은 야구, 축구와 사정이 다르다. 하지만 타 리그에서 플레이를 기준으로 신인왕에 대한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한 점은 KBL도 본받을 일이다.
KBL은 가뜩이나 다른 프로스포츠에 비해 이야깃거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듣고 있다. 그나마 오랜만에 나온 중고신인 스타선수도 제대로 조명할 줄을 모른다. 신인왕 자격기준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중고신인들에게는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팬들은 오랜만에 등장한 ‘중고신인’ 장민국의 활약상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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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국 / 2013년 프로축구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한 고무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