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사랑해서’ 박근형·차화연, 인생 무게가 느껴지는 로맨스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2.22 10: 48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사랑에 경종을 울리는 드라마가 있다. 바로 MBC 주말드라마 ‘사랑해서 남주나’다. 박근형과 차화연이 보여주는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는 황혼 로맨스는 자꾸만 눈물이 핑 돌게 만든다.
‘사랑해서 남주나’가 순항 중이다. 막장 드라마가 판이 치는 가운데, 착한 드라마의 중심축을 잃지 않고 꼿꼿하게 걸어가고 있어 기특하기 그지 없다. 나이가 지긋하게 든 노년기 사랑을 통해 가족간의 갈등과 화합을 그리는 이 드라마는 초반 다소 심심하게 여겨졌지만, 황혼 로맨스가 불붙으면서 착한 드라마의 힘을 발휘하고 있다.
달달하거나 격정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일반적인 로맨스 드라마와 다른 진중하면서도 귀여운 구석이 많은 로맨스로 안방극장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지난 21일 방송된 24회는 이들의 가슴 먹먹한 사랑이 또 한번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했다.

이날 방송은 홍순애(차화연 분)가 평생 점잖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박현수(박근형 분)가 과거 불륜으로 혼외아들까지 낳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실망했던 감정에서 벗어나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현수는 순애에게 자신의 과오를 고백한 후 그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순애는 “왜 문제를 피하냐. 과거는 과거일 뿐 지금의 나를 봐달라는 말을 하지 않느냐”라고 현수를 채근했다. 하지만 현수는 그 어떤 변명도 하지 못하고 씁쓸히 돌아서며 두 사람에게 처음으로 위기가 닥쳤다.
순애는 전 남편의 외도로 인해 이혼한 상처가 있기에 현수의 과거 불륜에 큰 혼란을 겪었다. 전직 판사로서 언제나 올곧은 자존심을 지키던 현수이기에 불륜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현수는 자신의 치부가 드러난 후 어쩔 줄 몰라하면서도 정면돌파하지 못했다. 그렇게 두 사람에게 균열의 틈이 발생했지만 순애의 지혜가 다시 관계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 순애는 현수가 자신의 반찬가게에서 코다리찜을 사서 간 후 딸 정유진(유호정 분)이 아버지가 좋아한다며 챙겨가자 전화를 걸었다.
그는 현수에게 “따님이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서 코다리찜 사갔다는 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곤란하실까봐 전화했다”고 배려했다. 유진은 아버지와 순애가 각별한 사이가 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었기 때문에 순애가 배려한 것. 이미 남편과의 갈등으로 힘든 유진에게 따뜻한 위로를 했던 순애의 지혜는 두 사람의 진중한 사랑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결국 현수는 순애에게 진심을 고백했다. 그는 불륜의 과오를 반성한 지난 날을 회상하며 “난 반성했는데 자식들이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자식들과는 대화를 안했다. 이제야 내가 뭘 잘못 했는지 알겠다. 아이들에게 내 진심을 빌 생각이다. 순애 씨도 나한테 실망했다면 만회할 기회를 달라. 지금의 나만 봐달라”라고 애틋한 감정을 드러냈다. 순애는 현수의 사과와 진심을 받아들였고, 두 사람은 따뜻한 포옹을 했다.
이 장면은 현수와 순애의 인생의 무게가 느껴지는 로맨스를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연륜이 가득한 이들은 자존심을 굽히기도 쉽지 않지만,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로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아직 자녀들과의 갈등이 산재해 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날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황혼 로맨스는 느리지만 심도가 깊어 감동을 안긴다.
‘사랑해서 남주나’는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황혼 로맨스를 다루고 있다. 보통 주말드라마가 시청률이 낮으면 각종 양념을 치며 막장 드라마로 변모하기 쉬운데 이 드라마는 현실적인 이야기과 정을 붙이고 볼 만한 인물 설정의 자존심을 지키며 시청률까지 쏠쏠히 챙기고 있다. 현재 시청률 1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는 ‘사랑해서 남주나’의 가장 큰 즐거움은 박근형과 차화연이 만드는 조심스러워서 더 감동적인 로맨스인 셈이다.
jmpyo@osen.co.kr
'사랑해서 남주나' 방송 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