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훈련, 고정된 캐릭터, 메뉴만 바뀌는 먹방.
지루함의 늪에 빠진 것 같았던 MBC '진짜 사나이'가 의외의 지원군을 만났다. 바로 하늘이 버리는 쓰레기, 악마의 입자를 자랑하는 눈이다. 프로그램 시작 후 처음 겨울에 돌입한 '진짜 사나이'는 눈이라는 새로운 환경을 만나 신선한 그림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해냈다.
군인들에게는 정말 끔찍한 눈이겠지만, '진짜 사나이'로서는 기회였던 셈. 22일 방송에서 '진짜 사나이'는 백골부대 GOP에서 공포의 제설작전을 수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높였다. 눈으로 뒤덮인 산에 너무나 가파른 계단을 오가며 철창을 점검해야 하는 과정은 그 자체만으로도 블록버스터급이었다.

무시무시한 선임이 없어도, 보는 사람도 같이 힘들 지경인 훈련이 없어도, 충분히 힘들고 어려워보였다. 특히 거구의 몸으로 계단을 오르내리고는 생활관으로 돌아와 땀으로 범벅이 된 몸을 축 늘어뜨리는 샘 해밍턴의 모습은 혹한기 군인들의 고생을 고스란히 전달했다.
눈에 대한 군인들의 감상은 대체로 비슷했다. 한 병사는 "눈은 하늘에서 버리는 쓰레기"라고 격한 표현을 한데 이어 장혁은 "눈의 입자가 악마로 보인다"고 말했다. 계속 되는 비질에 허리 통증은 필연적. 출연자들 몸 구석구석에선 파스가 발견됐다.
그래서 전우애는 더 훈훈하게 느껴졌다. 강풍이 몰아치는 초소에서 연애 상담을 나누고, 신병을 골려주는 몰래카메라를 진행하고, 우유로 만든 까르보나라를 나눠 먹으며 오히려 사람들간의 분위기는 훈훈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기합 받는 장면이 단 한번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얼마나 고생을 하고 힘든지는 충분히 전달됐다.
한동안 힘이 빠지던 '진짜 사나이'는 최전방 GOP로 옮겨와 다시 상승세를 타는 중. 방송 초반 어리바리한 모습으로 폭소를 유발했던 출연자들이 제법 익숙해지고, 멤버 변동 없이 캐릭터가 고정화되면서 이들의 새로운 면이 더 이상 나오지 않자 '진짜 사나이'는 위기론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최전방이 주는 비장한 긴장감과 때마침 등장한 혹한은 터닝포인트가 될만했다.
다음주에는 연말 특집으로 그동안 눈길을 끌었던 일반 병사들이 대거 모습을 드러낼 예정. 씨스타-미쓰에이의 지원사격도 이뤄져 분위기를 완전히 쇄신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게 됐다.
rinny@osen.co.kr
'진짜 사나이'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