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젠틀맨', 시민의식 실험? 진정성 통할까
OSEN 이혜린 기자
발행 2013.12.23 07: 09

세상은 아직 살만한 곳일까?
시민 몰래카메라를 통해 시민의식이 살아있는지 알아보는 취지의 채널A의 '젠틀맨'이 22일 베일을 벗었다. 시민들을 범죄 등 특정 상황 앞에 노출시켜놓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는 프로그램으로, 이럴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다른 시민들을 관찰하는 재미도 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
22일 첫방송은 1990년대 큰 인기를 모았던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이경규가 간다'를 연상케 했다. 두 MC가 차에 숨어서 시민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지령을 내리고, 주인공을 뽑는 포맷. 다만 자극성을 높였다. 첫회부터 성추행을 꺼내든 이 프로그램은 엘리베이터에서 여성이 성추행을 당하고 있는 장면, 식당에서 지배인이 알바생을 성추행하는 장면을 적나라하게 재현하며 자극성은 듬뿍 높였다.

아마도 실제 사건에선 많은 시민들이 '무시'를 할 수 있었겠지만 방송에서 소개된 시민들은 모두 용기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을 열어두기 위해 버튼을 누르고 있던 여성, 아예 몸을 날리는 남성, 작은 체구로 직접 괴한의 옷을 잡아끌었던 여성 등이 등장했다. 이영돈 PD는 "우리 사회 아직 살만한데요?"라고 감탄했고, 신동엽은 "보면서 내가 괜히 울컥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절대 등을 보여선 안된다. 비상벨 근처에서 벽에 등을 대고 서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이어진 식당에서의 몰래카메라도 훈훈했다. 알바생이 지속적으로 지배인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하자, 시민들은 카메라로 범죄 장면을 담고, 직접 문제도 삼으면서 알바생을 도왔다. 젊은 남성 고객은 찍어둔 영상을 알바생에게 보내주겠다고 하고, 경찰에 신고해도 문제 없겠냐고 묻고, 지배인에게 직접 문제제기를 했다.
이날 첫 젠틀맨으로 선정된 류재훈씨는 성추행이 인지되자마자 지배인에게 다가가 문제삼고, 큰소리로 지배인에게 따지는 등 강력한 대처로 눈길을 모았다.
불의를 보고 참지 않고, 정의로운 시민을 보는 것은 물론 즐거운 일.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고민하는 계기를 주는 것도 의미있다.
그러나 심각한 현장 앞에서 시민들의 반응을 '시험'하고, 정답이 없는 상황에서 '최고의 젠틀맨'을 뽑는 포맷은 꽤 위험해보이기도 하는 상황. 이후 범죄라는 자극성이 아닌, 진짜 시민의식에 집중해내며 의미있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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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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