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박'. 화투 놀이 고스톱에서, 끗수가 가장 높은 패인 광으로 점수가 났을 때 광 패를 하나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은 두 배로 물도록 하는 벌칙을 뜻한다. 혹은 학문이나 식견 따위가 넓다는 뜻을 지닌 형용사의 어근이다.
KBS 2TV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는 왕가네의 셋째딸 광박(이윤지 분)이는 이러한 이름대로 남자 중의 남자, 최상남(한주완 분)을 만나고 나서부터는 인생의 가시밭길이 펼쳐지고 있다. 광박은 이름의 뜻대로 광박한 지식으로 학교 교사를 하며 아이들을 가르쳤던 인물. 하지만 작가에 대한 꿈을 포기할 수 없어 잘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 들어앉아 현재는 작가 지망생, 남들이 보기엔 백수다.
엄마 앙금(김해숙 분)의 말에 따르면, 교사였던 광박의 앞에는 사짜 직업을 가진 신랑감들이 줄을 섰었지만, 이제는 그런 조건 따위 따질 형편도, 또 원래부터 그런 인품도 아니었던 광박은 오직 사랑만으로 상남과 결혼을 약속했다. 중졸 학력에도 열심히 노력해 중장비 업체를 운영하는 청년 사업가이며 잘 생긴 외모와 흠 잡을 데 없는 성격의 상남은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애정결핍이 있었지만 광박을 만나 사랑으로 아픔을 치료받고 그와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중이다.

하지만 광박은 상남을 만나 인생의 풍파란 풍파는 모두 겪고 있는 모양새다. 광박은 시아버지 대세(이병준 분)의 눈 밖에 나 결혼을 반대당해 상남과 헤어지며 영양실조에 걸린 것도 모자라 며느리 오디션이라는 굴욕적인 대회에도 참석해야 했다. 광박은 대세가 주최한 며느리 오디션에서 안간힘을 써 1등을 해놓고도, 고집스러운 대세에게 며느리로 인정받지 못하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대세가 광박을 며느리로 인정한 후에는, 행복이 찾아오기는커녕 상남이 어린 시절 대세와 이혼해 연락을 끊고 살던 시어머니 오만정(이상숙 분)이 등장했다. 오만정은 대세에 큰 상처를 준 것은 물론, 상남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 전형적인 나쁜 엄마로 이번에도 상남에게 돈을 뜯어낼 요량으로 접근해 상남의 마음을 가지고 놀고 있다. 또 광박에게는 "너 나 무시하니? 현금 예단을 내놔라"고 주문하며 그를 탐탁지 않게 바라보고 있어 광박을 또 한 번 가슴앓이하게 하고 있다.
조건 없는 순수한 사랑을 갈망하던 광박의 앞에는 축복 대신 고난만이 끝없이 펼쳐지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중이다. 첫째 수박(오현경 분)과 둘째 호박(이태란 분)이 부부 사이에 험난한 시간을 보내며 온 집안을 들쑤시고 있다면, 광박은 이들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고 앙금과 불필요한 오해까지 생기며 홀로 감내하고 있다. 광박이 웃게 될 날이 과연 올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다.
jykwon@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