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39) 러시앤캐시 감독은 차분하고 정갈한 어투로 정평이 나있다. 방송 해설가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였다. 그 밑바탕이 되는 성격도 침착한 편이다. 코트에서나 일상생활에서나 별 차이가 없다. 그런데 요즘은 ‘액션’이 강해졌다. 물론 천성이 바뀐 것은 아니다. 의도된 변화다.
지난 18일 천안에서 열린 현대캐피탈전에서 김 감독은 펄펄 뛰었다. 3세트 한 때 판정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평소 김 감독의 성품과는 달라 취재진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이 놀랄 정도였다. 22일 안산에서 열린 삼성화재전에서도 그런 모습이 드러났다. 어필을 할 때는 누구보다도 강하게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반대편 코트에서는 은사라고 할 수 있는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이 그런 김 감독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어찌 보면 파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세진 감독은 프로배구 감독 중 막내급이다. 똑같은 감독의 직함을 달고 있지만 여전히 선·후배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한국 스포츠다. 자칫 잘못하면 튀는 못으로 보일 수도 있다. 지도자 생활에 좋을 게 없다. 하지만 김 감독의 뜻을 알고 있는 선배 감독들은 나무라지 않는다. 오히려 신생팀으로서, 그리고 초보 감독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그 정도 ‘깡’이 없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선배 감독들이나 심판의 권위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김 감독은 18일 경기 이후 당시 행동에 대해 한숨을 내쉬며 “의도된 것이다. 그렇게 쉽게 흥분하는 성격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경기력에서도, 전술에서도 다 밀리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분위기까지 밀리면 끝이다”라고 강조했다. 감독이 어리다고 코트 바깥에서 풀이 죽어 있으면 선수들도 덩달아 기가 죽는다.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고 모두가 김 감독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러시앤캐시라면 더 그렇다.
이처럼 김 감독은 챙길 것이 많다. 선임급 선수들이 많은 팀이라면 코트 내의 분위기를 주도하게끔 맡길 수 있다. 사실 그게 옳은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러시앤캐시는 상황이 그렇지 못하다. 네트 반대편 베테랑 선수들의 농담 한 마디에 선수들이 긴장했다 풀어지곤 하는 팀이다. 세트 막판에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것도 이런 긴장감과 연관이 있다는 게 김 감독의 판단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 감독 스스로가 강하게 마음을 먹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이미지를 버려가면서까지 더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는 이유다.
초보감독이지만 선수들을 챙기는 마음씨는 베테랑 감독 못지않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초 팀이 연패에 빠져 있을 때 자신의 SNS 계정에 아픈 심정을 토로했다. 김 감독은 “지금 연봉이, 시간이 현실이라고 느껴지겠지만 나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다. 천천히 믿고 따라와주면 그 다음은 내가 최선을 다해 보상하마”라고 다짐했다. 코트에서 최선을 다하면, 나머지 모든 것은 감독이 책임지겠다는 약속이자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었다.
그런 다짐은 올 시즌 코트에서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진 경기에서 설사 아쉬움을 드러내더라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경기에서 지면 무조건 감독 책임"이라고 강조한다. 초보감독이지만 누구보다 책임감이라는 단어를 마음속에 품고 있는 김 감독의 성장이 오버액션을 통해 나타나고 있을지 모른다. 러시앤캐시가 한걸음씩 성장하듯, 김 감독도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