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MLB)를 대표하는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두 얼굴의 사나이다. 선수들에게는 많은 연봉을 안겨주는 천사지만 구단들에는 협상 테이블의 악마다. 그런데 추신수(31)의 소속팀 텍사스 레인저스가 이런 보라스의 가장 큰 고객 중 하나로 발돋움했다. 주축 선수들 중 몇몇이 보라스 사단으로 구성된 까닭이다.
미 스포츠전문채널 < ESPN>은 23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의 이번 오프시즌 동향을 분석하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분석을 내놨다. 텍사스에서 보라스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텍사스의 핵심 선수들 몇몇이 보라스와 인연을 맺고 있고 이런 경향은 프린스 필더의 트레이드 영입, 그리고 FA 추신수의 영입으로 더 가속화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텍사스의 간판타자 중 하나인 아드리안 벨트레는 보라스의 대표적 고객 중 하나다. 텍사스와 5년간 80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최근 8년 1억2000만 달러의 장기 계약을 체결한 내야수 엘비스 앤드류스 또한 보라스가 에이전트다. 여기에 오프시즌을 통해 앞으로 7년간 1억3800만 달러를 더 지불해야 하는 필더, 그리고 7년 1억3000만 달러를 투자한 추신수가 가세했다. 보라스와는 협상조차 꺼리는 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적잖은 비중이다.

< ESPN>은 텍사스의 과거를 언급하면서 이를 유의미한 변화로 바라봤다. 보라스와 텍사스의 첫 인연은 2001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10년 2억5200만 달러짜리 계약이었다. 당대 최고액이자 지금도 역대 2위로 남아 있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최악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텍사스는 당시 A-ROD에 너무 많은 돈을 쓴 나머지 다른 포지션을 효율적으로 보강하지 못한 채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여기에 2002년 박찬호와 맺은 5년 6500만 달러의 계약도 보라스가 그 중심에 있었다. < ESPN>이 박찬호의 계약 때문에 로드리게스가 최악을 면할 수 있었다고 촌평할 만큼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다. 박찬호는 텍사스에서 22승23패 평균자책점 5.79의 성적을 남긴 채 2005년 쓸쓸하게 트레이드된 기억을 가지고 있다.
< ESPN>은 이후 텍사스와 보라스의 인연은 뜸했다면서 2007년 마크 테세이라의 트레이드가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보라스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유망주 자원인 엥겔 벨트레까지 생각하면 보라스와 또 만만치 않은 협상 테이블을 준비해야 하는 텍사스다. 다만 현 시점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적어도 최악 사례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 ESPN>은 “벨트레가 지난 3년간 텍사스에 가져다 준 효과는 쉽게 재단하기 어렵다. 앤드류스는 견고한 선수이며 더 꾸준한 활약을 내다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추신수에 대해서도 “리드오프 자리에 넣을 수 있는 선수를 얻을 수 있었고 출루 능력과 인내심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원을 얻었다”라고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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