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가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다. 큰 기대를 받고 있는 만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당면과제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추신수의 새 보금자리가 될 레인저스 볼파크 인 알링턴(이하 알링턴 파크) 정복도 그 중 하나다.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38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은 추신수는 내셔널리그에서의 1년 생활을 뒤고 하고 익숙한 아메리칸리그로 돌아왔다. 다만 텍사스라는 지역 자체는 그리 익숙한 환경은 아니다. 알링턴 파크도 마찬가지다. 메이저리그(MLB) 경력 초기 같은 지구인 시애틀에 몸담고 있었지만 많은 경기에 뛰지 못했던 추신수다. 클리블랜드 시절에도 지구가 달라 역시 이 경기장을 경험해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통산 성적은 그리 좋지 않다. 추신수는 알링턴 파크에서 통산 22경기에 뛰어 타율 2할3푼9리를 기록했다. 이는 추신수가 20경기 이상을 뛴 경기장 중 오클랜드의 콜리세움(.239)와 더불어 가장 좋지 않은 성적이다. 그럼에도 출루율이 3할9푼3리에 달했다는 것은 위안이지만 역시 적응은 필요함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다만 우려보다는 기대가 더 크다. 긍정적인 요소들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박찬호의 사례에서 기억할 수 있듯이 알링턴 파크는 기본적인 ‘친타자’적인 요소로 유명하다. 경기장 2층 관중석을 공사하면서 다소 논란이 가라앉긴 했으나 ‘제트기류’는 여전히 불어 닥친다. 여기에 여름에는 무더운 날씨가 기승을 부리는 텍사스 지역이다. 체력과 집중력 측면에서 아무래도 투수보다는 타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 건조한 날씨도 비거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실제 ESPN이 집계한 구장별 ‘파크팩터’를 보면 알링턴 파크는 꾸준히 상위권에 올랐다. 득점요소를 놓고 보면 알링턴 파크는 비교적 최근이라고 할 수 있는 2010년 6위(1.091), 2011년 1위(1.409), 2012년 4위(1.183)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홈런요소는 7위, 1위, 7위였다. 올해는 득점에서 17위(0.985), 홈런에서 19위(0.903)으로 급추락(?)하기는 했으나 이는 ‘물타선’ 오명에 시달렸던 텍사스의 빈약한 공격력과도 어느 정도의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알링턴 파크의 구장 형태도 ‘중장거리포’인 추신수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알링턴 파크는 가운데 담장이 122m, 좌측 담장이 101m, 우측 담장이 99m로 MLB 구장 중에서도 평균보다 좀 더 큰 크기다. 좌중간 코너는 119~123m, 우중간 코너는 115~124m다. 홈런의 경우는 최근 2년간을 종합했을 때 우측 비율이 높은 추신수라 우측 담장이 짧은 것은 이득이 될 수 있다. 반대로 추신수의 타격감이 가장 좋을 때는 좌중간이나 좌익선상으로 날아가는 타구가 많은데 이 역시 좌중간 코너가 비교적 깊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어볼 수 있다.
알링턴 파크에서 부진했던 점은 있지만 적응의 문제로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선이다. 20경기 이상 출전한 경기장 중 추신수가 가장 낮은 타율을 보였던 경기장은 공교롭게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세 팀의 홈구장(알링턴 파크, 콜리세움, 세이프코 필드)였다. 아무래도 이동거리 등 전체적인 환경 면에서 고전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집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추신수는 신시내티의 홈구장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에서 통산 타율 3할1푼4리, OPS(출루율+장타율) 0.959를 기록했다. 그레이트아메리칸볼파크야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투수 친화적인 클리블랜드의 홈구장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도 타율 3할1리, OPS .892라는 수준급 성적을 낸 추신수다. 알링턴을 순찰할 또 하나의 레인저 탄생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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