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강화를 목표로 했던 LA 다저스가 점차 그 뜻을 실현해나가고 있다. 브라이언 윌슨(31)과의 재계약에 성공하며 최대 과제를 해결한 다저스가 이번에는 크리스 페레즈(28) 영입도 목전에 뒀다. 불펜에 전·현직 마무리만 기본 4~5명인, 이름값만 놓고 보면 호화 라인업 구축이다.
지역 최대 언론인 < LA타임즈>의 딜런 에르난데스 기자는 23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가 올해 클리블랜드에서 뛰었던 크리스 페레즈의 영입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연봉조정자격이 있는 페레스와의 구체적인 계약 금액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1년 계약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페레즈는 팀을 떠나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한 로날드 벨리사리오의 대체 자원이 될 전망이다.
클리블랜드에서는 방출의 비운을 맛봤지만 경력만 놓고 보면 다저스 팬들이 반길 만한 선수다. 페레즈는 메이저리그(MLB) 통산 344경기에 출전, 15승21패132세이브 평균자책점 3.41을 기록한 마무리 투수다. 2011년에는 36세이브, 2012년에는 39세이브를 따내며 두 차례나 올스타에 선정된 경험도 가지고 있다. 올해는 부상 여파에 시달리며 5승3패25세이브 평균자책점 4.33으로 부진했으나 아직 나이가 많지 않아 재기 가능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그라운드 외에서는 몇몇 구설수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구위 자체는 기대를 걸 수 있다. 마무리 경험도 적지 않은 편이라 위기에 대처하는 능력도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다저스 불펜 상황이 묘하다. 만약 페레즈의 영입이 예정대로 확정된다면 다저스 불펜은 한 시즌에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경험이 있는 선수만 5명을 보유하게 된다. 현 마무리인 켄리 잰슨을 비롯, 브라이언 윌슨, 브랜든 리그, 하비 게라, 그리고 페레즈다.
2011년 중반 얼떨결에 마무리 보직을 맡아 21세이브를 올린 게라를 빼더라도 나머지 4명의 경력은 무시할 수 없다. 올해 천만불의 사나이가 된 윌슨은 2010년 샌프란시스코에서 48세이브를 거둔 것을 비롯, MLB 통산 171세이브를 기록한 베테랑이다. 페레즈는 132세이브를 기록했고 리그 역시 2011년 시애틀에서 37세이브를 거두는 등 통산 74세이브를 기록 중이다. 올해는 다저스의 개막전 마무리이기도 했다.
리그가 불안한 모습으로 마무리 보직을 내려놓자 혜성처럼 등장한 잰슨은 28세이브를 쓸어 담으며 리그에서 가장 돋보이는 젊은 마무리로 우뚝 섰다. 내년도 잰슨이 마무리를 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적어도 윌슨, 페레즈, 리그라는 전직 마무리 세 명이 잰슨을 보좌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선발이 6이닝을 버티면 곧바로 페레즈-윌슨-잰슨 라인을 가동해 상대를 틀어막는 것도 가능해졌다. 세 선수 모두 좌우놀이에 그렇게 큰 영향을 받는 선수들은 아니다.
윌슨-페레즈-리그 라인은 가장 비싼 ‘셋업맨’ 라인이기도 하다. 페레즈는 올해 연봉으로 740만 달러(약 79억 원)를 받았다. 최근 재계약을 맺은 윌슨의 내년 연봉은 1000만 달러(약 106억 원), 그리고 돈값을 못하고 있는 리그의 내년 연봉도 750만 달러(약 80억 원)에 달한다. 페레즈의 몸값을 올해 기준으로 산정해도 세 명이서 수령하는 연봉만 2490만 달러(약 264억 원)에 이른다.
이쯤 되면 정작 많은 돈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마무리 잰슨의 연봉이 헐값이라는 게 다행일 정도다. 다만 잰슨도 아직 마무리로서의 검증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은 만큼 적어도 윌슨과 페레즈라는 보험을 마련한 다저스의 행보는 그리 나쁘지 않다는 평가가 높다. 과연 이 네 명의 전·현직 마무리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내년 다저스의 흥밋거리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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