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무대는 한 스포츠의 정점이라고 할 만하다. 어떤 사안이 단순히 프로에만 국한되지 않고 그 풀뿌리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외국인 야수의 영입 계약을 보는 아마추어의 야구계의 시각은 조마조마하다. 가뜩이나 씨가 말라가고 있는 토종 거포 자원 문제가 자꾸 눈에 밟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14년도 시즌부터 외국인 선수 보유 규정을 확대 개편해 실시한다. 올해까지 2명 등록, 2명 출전이었던 외국인 보유 규정은 내년부터 3명 등록, 2명 출전(NC 4명 등록, 3명 출전)으로 바뀐다. 다만 3명의 선수를 모두 동일 포지션으로 뽑지 못하게 하는 단서조항을 달아놔 상대적으로 소외받던 외국인 야수들이 다시 빛을 발하고 있다.
투수력을 우선시하는 외국인 선발의 사정상 모든 팀들이 투수 2명에 야수 1명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그리고 삼성과 LG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팀이 외국인 야수 영입을 확정지었다. 삼성과 LG도 후보자를 추려 최종 협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투수 쪽도 확정되지 않은 팀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른 속도다.

최근 외국인 선발에서 야수보다는 투수 쪽에 더 많은 신경을 기울였던 각 구단들이었다. 스카우팅 명단에 야수를 꾸준히 업데이트하지 않은 구단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때문에 더 발 빠르게 움직인 차원이 있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11월 도미니카 등지에 스카우트들을 파견해 야수 정보 수집에 총력을 기울였다. 여기에 많은 구단들이 비교적 넉넉한 실탄을 동원한 결과 수준급 외국인 야수들의 계약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다양한 스타일의 외국인 야수를 뽑으면 좋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아쉽다. 현장의 사정과도 연관이 있다. 공·수·주에서 모두 뛰어난 능력을 갖춘 선수는 너무 비싸다. 굳이 한국무대에 올 이유도 없다. 그럴 바에는 대다수의 팀들에서 부족한 홈런이라도 때려줄 수 있는 중장거리 타자를 영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그런 유형의 타자를 찾기 쉽다는 것도 이 구상에 힘을 보탰다.
그 결과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35홈런을 친 루크 스캇(SK), 수준급 중장거리 요원으로 평가됐던 에릭 테임즈(NC), 트리플A급에서 뛰어난 장타력을 선보였던 브렛 필(KIA) 등 기록만 놓고 보면 한 시즌에 너끈히 20개 이상의 홈런을 기대할 만한 타자들이 영입됐다. 이에 자연히 기존 중심타선에 위치하던 선수들은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야수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많은 돈을 주고 영입한 만큼 일단 외국인들이 우선적으로 기회를 얻을 가능성도 높다.
이에 현재 프로무대의 거포 자원들이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외국인 야수의 영입이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모으는 것도 많지만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프로는 프로고 경쟁은 경쟁이다. 오히려 외국인 선수들과 경쟁하며 좀 더 절박하게 야구에 매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작 일부 지도자들이 걱정하는 지점은 아마추어 야구로 향한다.
여러 변화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아마추어 스포츠계는 ‘프로’ 혹은 ‘대표팀’이라는 대명제 하에 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관점에서 외국인들이 많은 포지션은 기피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야구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농구의 경우 한동안 토종 빅맨 기근 현상이 있었다. 배구는 외국인 선수들의 몫으로 불리는 라이트 자원의 씨가 말랐다는 말도 나온다. 비교적 여유가 있는 투수와는 달리 야수는 좀 더 민감한 사안이 될 수 있다.
가뜩이나 ‘똑딱이’ 타자들을 양산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아마추어 야구계다. 성적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일단 투수력과 출루에 중점을 둔다. 결국 거포 자원을 제대로 키우지 못하고 있다. 실제 신인드래프트의 야수 자원들의 능력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고 장타력의 잠재력을 가진 선수는 손에 꼽을 만하다는 게 스카우트들의 공통된 한탄이다. 특히 우투좌타의 바람 속에 오른손 거포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외국인 야수는 시대의 부름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흥행을 위해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의존도가 더 심해진다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다만 현실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아마추어만 쏘아붙이기도 어려운 문제다. 그래서 프로가 좀 더 움직여야 한다. 미리 내다보지 않는다면 외국인 야수들이 완전히 자리를 잡을 향후에는 실타래가 더 꼬일 수도 있다. 국제 경쟁력과도 연관된 문제다. 한 번쯤은 어른들이 머리를 맞대고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눈앞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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