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월. 김성현(26, SK)에게 하나의 질문을 던졌다. 주전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느냐고 말이다. 그 때 김성현은 “그게 욕심을 부린다고 되겠나”라고 말했다. 뭔가 알게 모르게 벽에 부딪혀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12월. 김성현에게 다시 같은 질문을 던졌다. 김성현은 또 같은 말을 했다. 욕심 부린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살짝 고민하더니 한 마디를 덧붙였다. 그는 “당연히 그런 마음은 있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전체적인 뉘앙스는 6월과 비슷하지만 그 행간이 분명 달라졌다. 그만큼 6개월 사이에 상황도, 위치도, 그리고 김성현에 대한 기대치도 달라졌다.
SK는 올해 오프시즌에서 부동의 2루수였던 정근우를 잃었다. 공·수·주 모두에서 타격이 크다. 하지만 이제는 떠난 선수다. 누군가는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 여기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선수 중 하나가 김성현이다. 그간 정근우 나주환 박진만 등 선배 내야수들에게 가려 있던 김성현은 올해 97경기에 뛰었다. 2006년 데뷔 이래 가장 많은 출전 횟수였다.

성과는 쏠쏠했다. 빛나지는 않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도맡았다. 대수비, 대주자로 뛰며 팀의 후반부를 책임졌다. "수비는 확실하다"라는 이야기도 돌았다. 그러자 주목도도 높아지기 시작했고 주축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을 때 주전으로 나서는 빈도도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성현에게 2013년은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한 해였다.
김성현도 인정한다. 최근 SK의 괌 재활캠프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김성현은 “사실 시즌에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까지 뛸 줄은 전혀 생각 못했다. 운이 좋아서 경기에 많이 나갔던 것 같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좀 더 올라온 눈높이를 숨기지는 못한다. 1군에서 꾸준히 뛰다보니 그간 보이지 않았던 수확과 보완점이 보인다. 김성현은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만족하지는 못한다”라면서도 “경기장 분위기에 적응한 것이 수확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으니 이제는 그 발판을 밟고 뛰어야 할 때다. 재활캠프에 합류한 것도 그 도움닫기 중 하나다. 김성현은 시즌 때도 오른쪽 어깨가 그리 좋지 않았다. 결국 마무리캠프에서 탈이 났고 중도귀국해야 했다. 큰 부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 어깨를 완벽하게 다듬기 위해 괌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경과는 좋다. 이제는 정상 수준까지 회복했다는 것이 김성현의 설명이다. 김성현은 “몸은 괜찮은데 더 확실하게 만들려고 캠프에 들어왔다”면서 “기술훈련과 보강훈련을 병행하며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평소 스타일이 이런 저런 목표를 많이 세우는 편은 아니다. 2013년을 맞이할 때도 별다른 목표를 세우지 않았다고 말한 김성현이었다. 김성현은 “하나하나 최선을 다해 하다보면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하지만 2014년 각오는 좀 더 굳어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속내가 자리하고 있다. 김성현은 2루 주전에 차지에 대해 “당연히 그러고 싶은 마음은 있다”라고 짤막한 각오를 드러냈다.
뜬구름만 잡는 것은 아니다. 노력이 필요함을 잘 알고 있다. 김성현은 “생각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수비는 당연히 잘해야 하는 거고 좀 더 공격에 신경을 써야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하면서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라고 곧 다가올 2014년을 내다봤다. 낮고 겸손한 자세로 2014년을 시작하는 김성현이다. 과연 2014년의 끝에는 어떤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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