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시봉(조영남, 송창식, 윤형주,김세환)이 2년 10개월 만에 시청자들과 만났다. 화려한 기교는 없지만, 따뜻한 음색이 세월의 깊이를 더하며 감동을 선사했다. 7080시대를 풍미했던 복고선율은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며 12월 밤을 포근하게 만들었다.
23일 오후 11시 15분 MBC에는 성탄특집 ‘메리크리스마스 세시봉’이 전파를 탔다. 지난 2011년 설 특집 '세시봉 콘서트'에 이어 세 번째로 펼쳐진 특집 콘서트는 세시봉 특유의 하모니와 감성이 담긴 크리스마스 캐롤을 들을 수 있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이날 세시봉 멤버들은 ‘white Christmas’를 함께 부르며 오프닝을 열었다. 이어 ‘기쁘다 구주 오셨네’ ‘징글벨’을 연달아 부르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이들은 “우리가 함께 캐롤을 부른 건 처음이다. 그런데 사실 크리스마스에 만난 적도 없다”고 솔직하게 고백해 관객들을 폭소케했다.

이어 세시봉 멤버들의 4인 4색 무대가 펼쳐졌다. 달콤한 목소리를 자랑하는 막내 김세환은 기타를 치며 ‘사랑하는 마음’ ‘길가에 앉아서’를 열창하며 관객들을 하나로 만들었다. 후배가수 레인보우와의 합동공연도 눈길을 끌었다. 김세환과 레인보우는 ‘징글 벨 록(Jingle Bell Rock)’을 부르며 경쾌한 분위기도 만들었다.
윤형주는 에프엑스의 루나와 ‘사랑스런 그대’ ‘I'll be home for christmas’를 부르며 귀가 호강하는 아름다운 듀엣무대를 선사했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가족처럼 지내고 있는 현재까지의 남다른 인연을 밝혀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송창식은 함춘호와 함께 기타 선율이 돋보이는 ‘한번쯤’ 무대를 꾸며 존재감을 자랑했다. 이어 세시봉에서 가장 처음 부른 노래 ‘Cara Mamma’에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미한 ‘어머니’를 불러 관객들을 눈물짓게 했다. 이야기하듯 늘어놓는 차분한 내레이션과 따듯한 선율은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에 조영남은 “제가 창식이 노래를 처음 들은 게 이 노래였다. 이루 말할 수 없이 남루한 청년이 노래를 하는데 그때는 낭랑하게 노래를 잘했다. 지금은 노인네 소리지만 그때 창식이 노래를 듣고 진짜 많이 울었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조영남의 능청스러운 입담에 숙연하고 진중했던 분위기는 금세 화기애애해 졌다.
이어 조영남은 ‘겸손은 힘들어’를 열창하며 에너지 가득한 무대를 선보였다. 그러나 이내 자신의 장례식을 상상하며 ‘모란 동백’을 노래해 분위기를 또다시 숙연하게 만들었다. MC 김현주는 “이런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게 속상하다”라고 말했지만, 조영남은 “현주 씨가 날 좋아하는 게 틀림없지?”라고 반문하며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터뜨렸다.
조영남은 다른 멤버들을 지목하며 “마찬가지다. 얘네들도 다 시한부다”라고 말했다. 이에 윤형주가 “자꾸 주변 사람들이 한 분씩 떠나기 시작한다. ‘다음엔 누가 갈 거지?’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라며 이별과 익숙해지는 노년의 삶을 담담하게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Let It Be Me’, ‘cotton fields’, ‘Okie From Muskogee’. ‘Amen’ 등으로 구성된 세시봉 팝송 메들리를 열창하며 흥이 넘치는 세시봉 감성을 전달했고, ‘우리들의 이야기’ ‘오 솔레미오’ '고요한 밤 거룩한 밤'으로 여운이 가득한 엔딩을 장식했다. 아름다운 하모니와 솔직담백한 입담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한 세시봉 멤버들은 노년의 품격을 제대로 보여줬다. 또한 진정성 있는 노래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증명하며 후배 가수들의 귀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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