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는 창단 첫 4강 진출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생각처럼 이뤄지지 않은 것도 많다.
중간에 선발진이 교체되는 등 작전, 전력이 예상처럼 굴러가지 않으면서 팀 전체가 시즌 중반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우여곡절 속에 한 시즌을 보낸 염경엽 넥센 감독이 아쉬워한 선수 중 한 명은 바로 입단 6년차 우타 외야수 박헌도(26)다.
박헌도는 용마고-경성대를 졸업한 뒤 2009년 히어로즈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2009년 그에게 자리가 없었고 그는 시즌 후 바로 상무 입대를 택했다. 2011년 9월 제대한 박헌도는 9월말부터 바로 1군에 뛰어들며 올해까지 계속 유망주로 기대를 받았다.

올해 염 감독도 "외야수 주전 백업은 박헌도"라고 점찍었다. 말뿐이 아니라 박헌도를 마무리 훈련, 스프링캠프에 모두 데려갔고 시범경기에 이어 개막 엔트리에까지 포함시켰다. 박헌도 역시 자신감과 설렘으로 시즌에 들어갔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맞지 않으면서 그는 개막 2주 만에 2군행을 통보받았고 올해 역시 2군에 있었던 시간이 더 길었다. 1군 성적은 9경기 8푼3리.
박헌도는 지난 23일 통화 인터뷰에서 "올해 초반에 처음으로 스프링캠프에도 가보고 개막 엔트리에도 들면서 스스로도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은 성적이 나왔다. 나 스스로 너무 못했다. 반짝이더라도 팀을 위해 한 번쯤은 활약했어야 하는데 그러질 못했다"며 흘려버린 올 시즌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하지만 배운 것도 있다. 박헌도는 "안좋게 보면 잘 안된 해지만 야구하면서 많이 배웠던 해다. 포스트시즌을 보면서 '내가 조금 더 잘했으면 저기 올라갔을텐데' 하는 생각과 함께 올해를 되돌아봤다. 계속 올해 같은 실수를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옆을 많이 봤다면 이제는 내가 못해서 안 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픈 만큼 성장한 박헌도다. 그는 "나 스스로 질책하면서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뜻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내년 성적이 올해보다 더 나아져야 정말 뜻깊은 것이 될텐데 걱정이다. 그래서 올 시즌은 마무리 훈련 때부터 웨이트량을 늘려서 체력을 다지고 배트 스피드를 키우는 등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사이 팀은 더 강한 타선을 꾸리고 있다. 특히 외야수 비니 로티노가 들어오면서 외야 경쟁이 한층 심해졌다. 그러나 박헌도는 담담했다. 그는 "내가 최선을 다한다면, 팀이 1년 시즌을 꾸리면서 내가 필요한 순간이 꼭 올 것이다. 그때 기대하시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해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헌도는 야구를 위해 평소에 밤 9시 30분이면 잠을 자고 아침 8시에 일어나 아침을 꼬박꼬박 챙겨먹을 정도로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성실성이라면 팀 코치진도 인정하는 '원석'이다. 그러나 내년이면 만 27살, 적지 않은 나이다. 그는 "지금껏 저를 있게 해주신 고마운 분들이 너무 많다. 가족들도 그동안 나를 보면서 힘들었다. 이제는 보답하고 싶다"며 간절함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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