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서형이 MBC 월화드라마 ‘기황후’에서 등장할 때마다 긴박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한편, 드라마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열연을 보여주고 있다. 로맨스를 형성하는 배우들에 비해 많지 않은 분량이지만, 짧은 등장에도 드라마를 꽉 채우는 듯한 무게감은 압도적이다.
김서형은 현재 ‘기황후’에서 원나라 황제 타환(지창욱 분)의 황권을 지키고자 대승상 연철(전국환 분)과 끊임 없이 갈등을 벌이는 황태후를 연기하고 있다. 황태후는 타환을 치마폭에 싸고돌면서도 황권 강화를 위해 연철을 제거하기 위해 눈에 불을 켠 상황.
지난 23일 방송된 17회는 연철이 독살한 명종황제의 혈서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담겼다. 연철은 혈서로 자신을 압박하는 이들의 배후에 황태후가 있다고 여겼다. 두 사람은 속내를 감춘 채 서로의 계략을 떠보기 위해 팽팽한 입씨름을 벌였다.

연철은 황태후가 부처에게 공을 들이자 “부처님보다 이 사람이 신통할 거다. 기원을 하려면 나한테 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황태후는 연철의 일격에도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승상께 기원하면 들어주시렵니까”라고 받아쳤고, 연철은 “태후께서 있지도 않은 혈서로 나를 시험하지 않으면 뭔들 안 들어주겠느냐”고 쏘아붙였다.
두 사람의 속마음을 감춘 대화는 긴장감 넘치게 그려졌다. 여기에 황태후는 “대세가 깃발 따라 움직이는데 굳이 불을 당겨 화를 자초할 일 있겠느냐”면서 이미 권력이 위태롭게 된 연철에게 뼈가 있는 한 마디를 남겼다.
이어 황태후는 “승상께서 오래오래 장수하시라 그리 기원했다. 그 많은 죗값을 치르려면 오래 살아야 한다. 수백 년을 족히 사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연철을 후벼팠다. 그동안 황태후는 황제도 죽일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연철과 끊임 없이 대립했다. 하지만 이날만큼 정면돌파하는 강공은 처음. 그만큼 연철이 위기에 빠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장면이었다.
때문에 황태후를 연기하는 김서형의 연기가 중요했다. 김서형은 이 드라마에서 폭발적인 카리스마를 내뿜고 있는 중. 김서형은 이날 역시도 연철 역의 전국환과 맞서는 장면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산했다. 그는 속내를 의뭉스럽게 감추다가도 버럭 소리를 지르며 연철과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기싸움을 연기하면서 극의 긴장감을 확 높였다.
사실 그는 연기력 하나는 이미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에서 증명 받은 바 있다. 전무후무한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배우 김서형을 알렸던 그는 이번에도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즐비한 가운데서도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며, 연기 경연의 중심에 서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김서형이 없었다면 이 드라마가 다소 심심하게 여겨졌을 정도로 강한 카리스마로 시선을 빼앗고 있다.
현재 ‘기황후’는 기승냥(하지원 분)을 두고 타환과 고려 왕 왕유(주진모 분)의 삼각관계가 불타오르고 있다. 로맨스와 함께 원나라 황권 강화를 해야 하는 황태후와 이를 막아야 하는 연철의 대립이 심화되며 쫄깃한 긴장감을 형성하는 중. 때문에 김서형이 벌이는 갈등 요소는 이 드라마가 앞으로 승냥이 황후로 오르는데 있어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할 예정이다. 매회 목이 터질 듯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높이는 김서형을 보는 재미가 점점 더 가중될 전망이다.
jmpyo@osen.co.kr
'기황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