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이 감동을 주는 야구를 펼쳤으나 해피엔딩을 맺지 못해 아쉬웠다”.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야 할 때. 그러나 가장은 올 시즌 자신이 아쉬웠던 부분을 되돌아보며 계속 방망이를 휘두르고 자신을 담금질했다. 두산 베어스 주장 홍성흔(36)은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아랑곳 없이 잠실구장을 찾아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롯데서 성공적인 FA 4시즌을 보낸 뒤 자격 재취득을 통해 데뷔팀 두산으로 지난해 11월 복귀한 홍성흔은 올 시즌 팀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127경기 2할9푼9리 15홈런 72타점의 성적을 남겼다. 준수한 성적을 남겼고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도 힘을 보태며 종아리 파열 부상에도 불구,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3차전서 홈런을 때려내는 투혼을 발산한 홍성흔이다. 경기 외적으로는 라커룸 리더로서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가교가 되어 노력을 보여줬다.

12월 비활동기간에도 홍성흔은 자율적으로 잠실구장을 찾아 꾸준히 훈련에 임했다. 다른 선수들이 시상식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환하게 웃을 때도 홍성흔이 있던 곳은 바로 잠실 실내훈련장. “쉬는 기간에도 함께 있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해 가족들에게 정말 미안한 일이다. 그러나 선수생활을 하면서는 가족에게 어쩔 수 없애 냉철해져야 하는 것이 프로 선수의 숙명”이라며 스스로를 다잡은 홍성흔이다.
“FA 복귀 첫 시즌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다. 팬 분들 입장에서는 수비가 안 되는 선수를 영입한 데 대한 불만이 있었을 것이고. 그만큼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 파이팅을 외쳤고 팀이 지난해보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데 위안을 삼고 있다. 우리 선수들이 감동을 주는 야구를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 다만 해피엔딩으로 맺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쉽다”.
선수 스스로 아쉬운 점에 대해 홍성흔은 자신이 찬스 상황에서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홍성흔의 올 시즌 득점권 타격 성적은 2할9푼7리 55타점으로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주자를 불러들였던 장면보다 실패했던 경기를 더욱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었다.
“스스로 해결 능력은 100점 만점에 20점도 안 되었다고 생각한다. 잠실에서 11개의 홈런을 때려냈던 것은 무언가 팬들 앞에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도 있으나 그만큼 욕심을 부리다 잃은 부분도 있다. 그만큼 올해처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득점권 타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타석에서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타자인 호르헤 칸투도 오는 만큼 내 입지가 좁아질 수 있는 한 해다”. 홍성흔은 단단한 마음으로 2014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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