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스껫 볼' 하용진 "곽정환 감독, 먼저 오디션 제의"[인터뷰]
OSEN 선미경 기자
발행 2013.12.24 15: 44

깊은 눈매와 날카로운 눈빛, 그리고 웃을 때 올라가는 입꼬리까지 배우 하용진(33)은 날카롭지만 훈훈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 하용진의 얼굴에는 훈훈함보다는 독하고 섬뜩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여기에 약간의 비열함이 더해져 하용진의 연기를 빛나게 만들었다.
하용진은 최근 종영된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빠스껫 볼'을 통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친일파 귀족의 자제이자 안하무인인 악역 다케시를 맡아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연기적 기량을 마음껏 펼쳤고,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배우로서 입지를 다졌다. 하용진은 데뷔 9년차 배우지만 '빠스껫 볼'로 터닝 포인트를 맞았고, 배우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 위한 한 걸음을 나아갔다.
하용진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빠스껫 볼'의 종영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당초 24부로 기획됐던 작품이 18부작으로 종영됐고, 연기적인 면에서도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 같아 내심 아쉬움이 남았던 것.

"정말 열심히 했는데 조기 조영되는 바람에 시원섭섭해요. 사실 '빠스껫 볼'은 제 연기인생의 터닝 포인트죠. 전 작품들도 모두 열심히 하려고 했지만 이번 작품에는 사활을 걸었던 것 같아요. 강원도에서 촬영을 했는데 실내가 더 춥더라고요. 긴장하고 있어서 촬영하면서 추워도 아픈 줄은 몰랐는데 끝나도 이틀 동안 앓았죠."
지난 2005년 영화 '달콤한 인생'으로 연기를 시작한 하용진은 이후 MBC 드라마 '주몽', KBS 2TV '대왕세종', 종합편성채널 JTBC '빠담빠담' 등에 출연했다. 드라마 스페셜 등에도 출연하며 차근차근 연기 경험을 쌓았지만 '대왕 세종' 이후 2년의 공백기를 가지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런 하용진에게 '빠스껫 볼'로 기회를 준 것은 곽정환 감독이다. 지인들과의 모임에서 하용진을 만나 친분이 있던 곽정환 감독이 그에게 '빠스껫 볼' 오디션을 제안했던 것.
"곽정환 감독님과는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지인이에요. 처음에 사적이 모임에서 만났는데 배우라는 얘기를 안했어요. 한참 지나서 배우라고 말하니까 평상시에 절 잘 보셨는지 '빠스껫 볼' 오디션을 제안하셨죠. 공부도 많이 해서 오디션에 응했고, 다케시 역할을 주셨어요."
오디션을 통해 다케시 역할을 받은 하용진은 사실 처음에는 고민도 많았다. 친일파 악역 캐릭터를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됐던 것. 하지만 곽정환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드라마의 배경이 되는 시대상을 공부하며 캐릭터에 대해 연구하고 이해했다. 결국 하용진은 안정적인 연기로 다케시를 훌륭하게 소화했고, 실감나는 연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욕을 듣기도 했다.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어떻게 보면 배우라는 직업이 경쟁력이 엄청나잖아요. 무관심 속에 묻히는 배우들도 많을 텐데 저를 선택해주셨잖아요. 욕을 들은 들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행복하게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나름 이런 캐릭터도 해보고, 저런 캐릭터도 해보는 게 좋잖아요.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었는데 못 보여준 것이 아쉬워요. 언젠가는 정말 악역계에 한 획을 긋고 싶어요(웃음)."
'빠스껫 볼'에서 다케시는 주인공 강산(도지한 분)·민치호(정동현 분) 캐릭터와 대립하는 인물. 하지만 함께 농구하는 장면이 많아서 훈련을 같이 받은 만큼 배우들끼리 사이는 굉장히 좋았다. 여기에 처음으로 연기에 도전한 이엘리야와 원더걸스의 박예은도 남자배우들과 어울리며 현장 분위기는 늘 화기애애했다고.
"운동을 같이 해서 그런지 촬영장은 정말 화기애애했어요. 이엘리야 양과 박예은 양도 남자 배우들과 정말 잘 어울려줬고요. 조기종영 때문에 안타깝게 보는 시선도 있는데 사실 현장 분위기는 정말 좋았어요. 강원도에서 촬영하다가 회식도 여러 번 하고, 다 좋은 친구들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하용진은 주인공을 맡은 배우 도지한과 정동현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비교적 연기경험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주인공을 맡아 부담스럽고 긴장됐을 텐데도 누구보다 연기를 잘하고 몰입했다는 것이다. 오랜 시간 한 작품에서 연기한 만큼 하용진은 후배 배우들을 챙기고 칭찬하면서 어느 때보다 즐거운 표정이었다.
"도지한 군 같은 경우는 나이도 어린데 연기를 너무 잘했어요. 사실 저와는 대립하는 역할인데 빠져들 정도로 눈이 너무 예쁘고 연기도 잘해요. 정동현 군 같은 경우는 드라마 처음이니까 안절부절못하고 긴장도 많이 했어요. 저는 농구부 찍는 배우들 중에 나이가 있는 축에 껴서 많이 물어보고 많이 가르쳐주기도 하고 열심히 했어요. 제 입장에서는 많이 챙겼죠. 연기적인 것을 떠나서도 늘 같이 챙겨서 밥을 먹곤 했어요."
또 하용진은 신인배우들이 많은 촬영장이었기 때문인지 곽정환 감독도 한층 더 부드러워졌다고 했다. KBS 2TV '추노'와 '도망자 플랜.B' 때까지만 해도 날카로운 지적에 NG를 많이 내면 화를 내기도 했지만 '빠스껫 볼' 촬영 때는 누구보다 배우들을 격려하고 응원해줬다고. 하용진은 곽정환 감독과 친분이 깊은 만큼 그의 이런 배려에 깊은 감사함을 표현하기도 했다.
하용진의 배우 인생에 또 다른 힘이 되는 것은 가족과 얼마 전 결혼식을 치른 아내다. 하용진은 지난 21일 2011년부터 2년째 사랑을 키워온 연인과 고향 부산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빠스껫 볼'의 인연으로 도지한이 사회를 보고, 곽정환 감독이 주례를 맡았다.
"모니터도 많이 해줘요. 사실 드라마를 하면서 큰 비중 있는 역할이 아니었는데 내 나름대로 속상하기도 할 때 힘이 됐었죠. '오빠만 마음이 꿋꿋하면 언젠가는 잘 될 거니까'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줬어요. '빠스껫 볼'을 보면서는 '더 세게 해도 될 것 같다. 악랄해도 될 것 같다'고 하더라고요(웃음)."
'빠스껫 볼'로 배우 하용진의 연기와 얼굴을 알리고, 결혼으로 좀 더 안정된 삶을 갖게 된 하용진. 그는 앞으로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빠스껫 볼'로 가능성을 인정받은 만큼 앞으로 하용진이 보여줄 믿고 볼 수 있는 연기가 더욱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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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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