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목소리로 차가운 말을 내뱉지만 실상 속을 들여다보면 따뜻함으로 가득찬 남자다. SBS 수목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김수현은 현대판 김첨지의 등장을 알리며 TV 앞 여심을 사로잡았다.
김수현은 지난 25일 오후 방송된 '별에서 온 그대' 3회에서 옆집 사는 안하무인 톱스타 천송이(전지현 분)을 돌보는 외계인 도민준으로 분했다.
도민준은 마치 소설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 같았다. 아내에게 거친 말을 쏘아붙이지만 결국 아내에 대한 사랑으로 설렁탕을 사가는 그 김첨지. 도민준은 김첨지처럼 천송이가 어려울 때마다 관심없는 척, 싫은 척 하지만 결국 모든 일에 발 벗고 나서서 천송이를 도왔다.

이날 도민준은 천송이가 복통을 호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 외계인의 뛰어난 청력은 옆집에서 천송이가 병원에 데려다 줄 사람이 없어 고생한다는 사실까지 그에게 알도록 했다. 평소 도민준과 천송이는 여러 사건들에 얽히며 서로에게 가시가 있는 말을 하던 사이. 그러나 천송이에게 어쩔 수 없는 끌림을 느끼는 도민준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 천송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슬쩍 밖으로 나온 뒤 아파트 복도에서 천송이와 마주쳤다. 그리고 "어디 가냐"고 묻는 천송이에게 "근처 성민대학 병원에 간다"고 답했다. 그가 대학 병원으로 향한다는 시각은 새벽 2시였다. 도민준은 그저 "그럴 일이 좀 있다"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 천송이와 병원으로 향했다.
김첨지가 된 도민준의 행동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그는 마치 천송이에게 억지로 끌려온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신에게 "도 매니저"라 부르는 천송이의 행동을 넘겼다. 또한 수술실 앞에서 자신의 손을 잡으려 "나올 때까지 가면 안된다"는 부탁을 하는 천송이에 어이없어하면서도 꽤 오랫동안 천송이의 병실을 지켰다.
또한 '도민준 김첨지화'의 하이라이트는 천송이를 대신해 만화책을 빌리는 장면이었다. 도민준은 천송이의 부탁으로 성인 남자가 이야기하기에는 낯부끄러울 제목의 만화책을 빌렸다. 만화책 주인 홍사장(홍진경 분) 앞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만화책 제목을 읊는 도민준은 이보다 더 귀여울 수 없는 외계인이었다.
드라마 초반 도민준은 주로 상남자의 매력을 어필하는 캐릭터였다. 이를 연기하는 김수현 또한 동안 외모보다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 보이는 슈트와 헤어스타일, 표정의 변화 없이 차가운 눈빛을 보이는 등의 설정으로 404년을 살아간 외계인 도민준을 표현했다.
그러나 3회 방송의 도민준은 사뭇 달랐다. 천송이의 갑작스런 삐삐 호출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그가 떠나지 말라며 애원하자 흔들리는 눈빛으로 갈등했다. 당당한 척 만화책 제목을 이야기할 때에는 이러한 도민준의 반전 매력이 극에 다달았다.
그리고 김수현은 이런 반전의 도민준을 연기하며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편안한 연기를 보여줬다. 지난 2012년 그를 스타덤에 올렸던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도 엄하지만 장난기 많은 왕으로 열연했던 김수현이었다. 그리고 그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도 특유의 반전 매력 캐릭터로 여심을 홀리고 있다.
총 20부작으로 기획된'별에서 온 그대'는 이제야 세 번의 방송이 진행됐다. 이는 김수현의 매력이 발산될 기회가 아직 17번 남았다는 것. 도민준이 된 김수현이 선보일 모습들에 벌써부터 안방극장은 설렘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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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