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괌에서 피어나는 일곱색깔 무지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12.26 06: 51

SK의 괌 재활캠프는 따뜻하다. 날씨가 따뜻해서가 아니다. 훈련에 대한 선수들의 열기가 뜨겁다. 여기에 점점 나아지는 자신들의 상태를 보며 마음까지 뜨거워지고 있다. 내년 복귀 선수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SK의 재활병 7명이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SK는 지난 3일부터 괌 파세오구장에서 재활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재활군에 소속되어 있던 8명의 선수가 한국을 떠나 괌에 짐을 풀었다. 이 중 국군체육부대 복무가 확정돼 중도 귀국한 정영일을 제외한 7명의 선수가 여전히 괌에서 재활 도구와 씨름 중이다. 모두 아픈 선수들이지만 내년 전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들이다. 구단이 신경을 써 재활캠프를 따로 마련한 이유다.
한 때 SK의 마운드를 이끌었던 이승호 엄정욱 전병두는 장기재활 중이다. 각각 민감한 팔꿈치와 어깨를 다쳤고 꽤 오랜 기간 1군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사실상 올해는 없는 전력이었다. 하지만 이를 반대로 돌려 말하면 기대감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전력 구상에서 배제됐던 선수들이기에 정상적인 몸으로 복귀하면 그 자체로도 플러스인 셈이다. 팀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윤석주도 가능성을 보인 자원이다. 괌 재활캠프에 합류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 기대치를 실감할 수 있다.

이명기 김성현 박승욱은 비교적 근래에 부상을 당한 젊은 야수들이다. 이명기는 발목, 김성현 박승욱은 어깨가 좋지 않다. 부상 정도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역시 내년 전력에 중요한 선수들이다. 이명기는 정근우가 빠진 SK 타선의 리드오프감으로 거론된다. 김성현 박승욱은 장·단기적으로 정근우의 포지션이었던 2루를 메워야 할 선수들이다. 역시 빠른 회복, 그리고 정상적인 스프링캠프 참여라는 목표와 함께 괌에 왔다.
부상병들의 집합이다. 작은 병동인 셈이다. 때문에 그렇게 유쾌할 수는 없는 분위기다. 오전에는 기술훈련을, 오후에는 보강운동을 실시하며 빡빡한 하루를 보낸다. 하지만 나날이 나아지고 있는 자신들의 몸 상태를 보며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 30일로 마무리되는 재활캠프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대다수 선수들이 애초의 목표치를 충족해가고 있다는 것이 구단의 설명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선수들의 표정이 전반적으로 밝다”라며 흐뭇해했다.
투수 쪽에서 가장 상태가 좋은 윤석주는 이미 60개 가량의 하프 피칭을 소화하고 있다. 스프링캠프 합류가 유력하다는 전망이다. 장기 부상자였던 이승호도 하프 피칭을 시작해 하루에 30개 정도의 공을 던지고 있다. 김성현은 어깨 부상에서 회복된 상황이고 이명기 박승욱도 큰 무리 없이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이 다섯 명의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회복이 빨라 팀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팬들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좌완 전병두도 최근 하프 피칭을 시작하며 서서히 발동을 걸고 있다. 아직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몸이지만 공을 잡았다는 자체만으로도 큰 진전이다. 엄정욱은 조급함을 버리고 일단 몸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더디지만 상태는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만수 SK 감독은 “재활 선수들은 함흥차사라고 하질 않나”라고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면서도 “그래도 1~2명 정도라도 정상적으로 돌아와주면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냈다. 아직 눈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분명 이 선수들은 괌의 하늘에 각기 다른 7개의 희망을 그리며 무지개빛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무지개빛이 온전히 문학구장의 하늘에도 뜰 수 있을까. SK의 내년 성적이 달린 문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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