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그녀를 세상 모두가 좋아하도록...”
배우 이선균이 상대 배우와의 뛰어난 연기 호흡을 이끌며, 왜 ‘믿고 보는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았는지를 증명했다. 연기력 논란을 겪었던 이연희의 높은 감정 이입이 매회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이선균의 뛰어난 연기력의 힘이 발휘되고 있다.
이선균은 현재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고등학교 때 첫 사랑 오지영(이연희 분)을 미스코리아로 만들어 망해가는 화장품 회사를 살려야 하는 김형준 역을 맡아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싼 티 나는 엘리베이터걸 오지영이 미스코리아가 되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험난한 세상살이에 눈물 짓고 오기를 품는 이야기가 가장 큰 토대. 때문에 이연희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이연희를 돋보이게 하는 이선균의 연기가 중요하다.
지난 2007년 ‘커피프린스 1호점’을 시작으로 ‘트리플’(2009), ‘파스타’(2010), ‘골든타임’(2012)을 통해 로맨틱 코미디에서 강점을 보였던 이선균. 그는 윤은혜, 민효린, 공효진, 황정음 등 상대 배우들이 사랑스럽게 보일 수 있도록 시청자들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내는데 탁월한 재주를 보이는 배우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이연희가 사랑스럽고 애처롭게 보일 수 있도록 섬세한 감정 연기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3회는 그동안 오지영 역을 맡았던 이연희의 연기 변신에 시선이 쏠렸던 이 드라마가 본격적으로 김형준을 연기하는 이선균의 진가를 발휘하는 순간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이날 형준은 왜 자신이 지영을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야 하는지 절박한 감정을 드러냈다. 형준은 지영에게 척박한 현실에 어느새 양아치 같은 인생을 사는 허울을 다소 얄밉지만 너무도 수긍 가능해서 말문이 탁 막히는 직설 화법으로 전달했다. 형준은 투자자인 이윤(이기우 분)의 접대를 지영에게 시켰고, 지영은 배신감과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형준은 지영에게 미안하다는 진심 대신에 “나 원래 이런 X이야. 몰랐어?”라고 애써 독한 말을 쏟아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첫 사랑을 이용하고 벼랑 끝으로 내모는 형준의 얄팍한 행동은 슬픔이 가득했다. 이 같은 형준의 현실적인 30대 남자의 모습은 그동안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속 수많은 ‘왕자님’과 다른 남자 주인공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선균은 이 장면에서 감성을 자극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날카로운 막말과 달리 흔들리는 눈빛, 지영에게 접대를 강요하고 밖으로 나온 후 분노와 절망이 교차되는 순간은 이선균의 작은 표정 하나하나에 담겼다. 이미 배우의 역량으로 13살의 나이 차이를 극복한 이선균은 특유의 풋풋한 청년 느낌의 이미지와 큰 흔들림 없이도 극중 표현해야 하는 모든 감정을 소화하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미스코리아’의 공감과 재미를 이끌어내고 있다.
‘미스코리아’는 미스코리아가 돼야 하는 지영 역의 이연희와 그를 미스코리아로 만들어야 하는 형준 역의 이선균, 그리고 주변 인물들의 분투기가 조화를 이뤄야 하는 작품. 워낙 이 드라마가 감성을 자극하는 순간이 많은 탓에 홀로 튀어나오는 배우와 연기가 없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이선균은 이연희의 연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뛰어난 조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 드라마는 “내가 좋아하는 그녀를 세상 모두가 좋아하도록...”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이선균은 드라마 내적으로나 외적으로 ‘미스코리아’와 딱 맞아떨어지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상대 배우를 치켜세우면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이선균을 보는 즐거움이 있는 ‘미스코리아’가 겨울 안방극장을 녹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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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