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차우찬, "15승 달성보다 내 공을 던지는 게 목표"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3.12.26 10: 42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리라'는 성경의 한 구절처럼. 삼성 라이온즈 투수 차우찬의 올 시즌 행보도 비슷했다.
외국인 투수의 부상과 부진 속에 선발진에 지각 합류한 차우찬은 2년 만에 두 자릿수 승리(10승 7패 평균자책점 3.26)를 달성했다. 그리고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5차례 마운드에 올라 12⅔이닝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짠물 투구를 선보였다.
아쉽게도 한국시리즈 MVP는 박한이(34, 외야수)의 품에 안겼지만 차우찬이 없었다면 삼성의 사상 첫 통합 3연패는 불가능했을지도. 지난 25일 오후 대구 수성구 세진헬스에서 만난 차우찬과의 일문일답.

-새해 첫날에 이어 크리스마스에도 운동하러 나왔다. 하루 정도는 쉴 법도 한데.
▲지난해 겨울 이곳에서 열심히 운동한 덕분에 올 시즌 만족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그렇기에 쉬는 날에 상관없이 운동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정말 중요한 시기인 만큼 쉬는 날이라도 두 시간 정도 운동에 투자하는 건 별 문제없다. 저녁에 푹 쉬면 된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가.
▲1년 내내 부상없이 뛰기 위해 몸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시리즈 때 많이 던지다보니 팔에 조금 부담은 느끼지만 다시 몸을 잘 만들어야 한다. 살이 조금 빠졌는데 운동하면서 몸무게를 늘릴 예정이다. 지금은 87kg 정돈데 90kg까지 끌어 올릴 생각이다.
-올 시즌을 되돌아보면 어떠한가. 2년 만에 10승 고지도 밟았고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부분이 많을 것 같다.
▲올 시즌을 앞두고 1년 내내 부상없이 풀타임으로 뛰면서 두 자릿수 승리와 3점대 평균자책점을 달성하는 게 목표였다. 물론 부족하지만은 목표를 이뤄 비교적 성공적인 시즌이 아닌가 생각된다. 점수로 매긴다면 100점 만점에 80점 정도. 초반에 너무 부진했고 기복이 있었지만 한국시리즈 때 어느 정도 만회한 것 같아 80점은 될 것 같다.
-2년 만에 10승 달성에 성공했지만 LG전 상대 성적(2승 4패 평균자책점 5.06)이 좋지 않았던 건 아쉬운 부분이다.
▲등판할때마다 철저히 준비하고 벼르고 나갔는데 내가 못한 것도 있지만 올 시즌 LG 타자들이 내 공을 잘 친 것 같다. 내년에는 반드시 복수하겠다. 나가면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으로 등판하겠다.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이 빛났다. MVP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는가.
▲아쉬움은 전혀 없다. 류중일 감독님께서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차우찬이 키플레이어"라고 말씀하셨을때 살짝 부담이 되면서도 작년의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기대가 컸다. MVP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았다. 좋은 상황보다 그렇지 않은 상황에 많이 나갔고 팀이 이기는데 다리 역할만으로도 만족한다. 무엇보다 한국시리즈에서 얻은 게 정말 많다. 그것 만으로도 충분하다.
-한국시리즈 때 구위는 올 시즌 최고였다.
▲한국시리즈 때 던지면서 '확실히 내 폼이구나' 하는 걸 느꼈다. 항상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전훈 캠프 때 확실히 내 것으로 만들겠다. 앞으로 롱런하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한다. 좋은 폼을 가져야 오래 잘 할 수 있다.
-야구 전문가들은 2010년의 구위가 가장 좋았다고 입을 모은다. 2010년의 구위와 한국시리즈의 구위를 비교한다면.
▲앞서 말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내가 확실히 느끼고 던졌다. 내가 원하는 코스대로 많이 들어갔다. 2010년에는 코스보다는 힘으로만 던졌다. 지금은 힘도 힘이지만 리듬으로 던지는 느낌이다.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줬던 모습이라면 생애 첫 15승 달성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15승 달성도 좋지만 1년 내내 내 공을 던지고 싶다. 올 시즌 (안)지만이형의 기사를 많이 봤는데 "올 시즌 단 한 번도 마음에 든 적이 없다"는 말이 정말 와닿았다. 투수들은 그 마음을 다 알 것 같다.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내 공을 던지면 괜찮은데 내 공도 못 던지면서 성적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더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 느낌이라면 2010년보다 더 좋지 않을까.
-내년 목표가 있다면. 그리고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아시안게임 대표팀 승선에 대해서는 그저 평소하던대로 준비할 생각이다. 잘 될 것이라 믿고 있지만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평소대로 열심히 준비하겠다. 지난해 부진했을때의 기분과 비교했을때 와 닿는게 확연히 다르다. 그런 만큼 더 잘 하고 싶다. 여기서 만족해선 안된다. 아직 내가 가야 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죽기 살기로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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