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코리아’ 이성민과 송선미가 희망 없는 어둠 속을 헤매며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벼 파고 있다. 삼류 건달과 엘리트 연구원이라는 사회적인 지위가 달라도, 벼랑 끝에 내몰린 팍팍한 현실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 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청자들을 울리고 있다.
이성민은 MBC 수목드라마 ‘미스코리아’에서 부도 직전의 화장품 회사 사장 김형준(이선균 분)에게 돈을 받아내야 하는 건달 정선생 역을 맡았다. 송선미는 형준과 함께 화장품 회사를 이끄는 엘리트 연구원 고화정을 맡아 고고하게 살고 싶어도 현실이 용서하지 않아 절망하는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이미 지난 해 드라마 ‘골든타임’에서 의사와 간호사로 호흡을 맞추며 주인공 커플 이선균, 황정음 못지않은 사랑을 받았던 이들은 ‘미스코리아’에서 또 한번 마주했다. 이번에는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앙숙 같은 관계. 돈을 받아내야 하는 정선생과 화장품 하나 만들기 위해 열정을 쏟았지만 이제는 주저앉고만 싶은 고화정은 사사건건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고 있다.

정선생은 고화정에게 협박과 폭력으로 현실을 인식하게 하고, 고화정은 정선생을 경멸하며 서글픔을 안긴다. 때문에 두 사람이 함께 나오는 장면은 별다른 눈물 장치가 없어도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난다. 지난 25일 방송된 3회에서도 형준에게 돈을 받지 않으면 목숨까지 위태로운 정선생이 형준 모친(임예진 분)을 찾아가 겁박하려는 가운데, 감귤 아가씨 대회에 참석해야 하는 고화정이 함께 제주도를 가는 이야기가 그려졌다.
두 사람은 경비를 아끼고자 제주도행 비행기가 아닌 버스와 선박을 이용해 바다를 건넜다. 이 과정에서 별다른 따스한 대화도 없이 함께 이동을 하는 장면은 두 사람의 희망 없는 인생을 대변했다. 정선생은 고화정을 위해 따뜻한 커피 한잔을 샀다가 건네주지 못하는 주변머리가 없는 인물. 마음은 정감 넘치지만 표현이 서툰 정선생과 아무렇지도 않게 새치기를 하는 정선생과 멀찍하게 떨어졌지만 결국 함께 택시를 타야했던 고화정의 복잡한 표정은 시청자들을 울리기 충분했다.
이미 화장품 가게에서 자신의 화장품 대신 대기업의 화장품을 적극적으로 권하는 직원의 모습에 “비비 포에버 내가 만든 거다. 우리 제품 좀 팔아달라”고 애원했던 고화정과 후배 건달에게 두들겨 맞은 후 속내와 달리 비열한 건달 행세를 해야 하는 정선생의 안타까운 현실은 ‘미스코리아’를 보는 시청자들의 슬픈 감성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이성민과 송선미는 다른 배우들에 비해 많은 말을 내뱉지는 않는다. 대신 쓸쓸함과 씁쓸함, 그리고 공허함이 가득한 표정 연기로 자신들이 연기하는 인물의 애잔한 감정을 이끌어낸다. 휘몰아치는 대사보다는 정밀한 감정 연기로 주인공인 김형준과 오지영(이연희 분) 못지않은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골든타임’에서도 적은 분량에서 시작해 몰입도 높은 연기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던 이 두 배우는 ‘미스코리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연기력을 유감 없이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주로 여성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했던 송선미의 보이시한 매력과 투박하면서도 인간미 넘치는 연기로 사랑을 받는 이성민의 조합은 언제나 안방극장의 호감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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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코리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