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성탄절’ 창원의 NBA급 농구열기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3.12.26 10: 47

‘This is our house!’
‘농구의 메카’ 창원실내체육관을 찾았을 때 들을 수 있는 노래다. 프로농구에서 창원만큼 확실하게 홈코트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연고지는 없다. 매 경기 꽉꽉 들어차는 관중들은 선수들에게 엄청난 힘이 되는 동시에 원정팀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관중은 6번째 선수’라는 말이 창원에 오면 비로소 실감이 난다.
성탄절에 창원의 농구열기는 절정에 다다랐다. 상대가 전태풍이 데뷔하는 부산 KT라는 특수성도 더해졌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LG 마케팅팀은 5년 전 성탄절 KCC전에서 세웠던 구단 홈경기 최다관중 8,115명을 깨겠다고 공언했다. 8,116번째 입장하는 관중들에게 최신 LG G2폰을 주기로 한 것. 이밖에 무려 1000만 원 어치의 경품이 대거 투입됐다. 이에 경기시작 3시간 전부터 현장 판매분을 사려는 팬들이 체육관 앞에서 줄을 섰다. 

이날 경기장에는 8,689명의 창원시민들이 들어차 구단 최다관중 신기록을 달성했다. 프로농구 역사상 크리스마스 홈경기 최다관중이었다. 창원경기장의 수용인원은 5,350명이다. 무려 3,339명이 입석에서 경기를 관람했던 셈이다.  2쿼터 중반 안전문제를 고려한 구단에서는 미처 입장하지 못한 400여명의 팬들을 집으로 돌려보냈다고 한다. LG는 감사의 의미에서 입석관중들에게 다음 홈경기 무료입장을 실시하기로 했다. 좌석점유율 138.4%는 NBA에서는 절대 나올 수 없다. NBA는 입석티켓을 팔지 않기 때문이다.  
김종규는 경기종료 34초를 남기고 쐐기 덩크슛을 성공시켰다. LG는 72-66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보답하는 의미에서 선수들은 크레용팝의 ‘직렬 5기통춤’을 선보였다. 김종규는 “덩크슛을 찍었을 때 팬들의 엄청난 함성소리가 들렸다.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았다. 이런 소리는 아시아선수권에서 필리핀과 붙었을 때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원이 최고”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지난 8월 아시아선수권 준결승에서 한국은 필리핀에 패해 무릎을 꿇었다. 당시 ‘몰오브아시아 아레나’에는 2만 여명의 필리핀 팬들이 모여 일방적으로 한국선수들의 기를 죽였다. 그만큼 농구에서 홈팬들의 응원은 승패에 큰 영향을 미친다.
 
김연정 LG 치어리더는 “체육관에 난방을 하지 않았는데도 뜨거운 열기에 더워서 혼이 났다. 관중들의 함성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창원은 팬들이 응원가를 다 아시기 때문에 따로 응원을 리드할 필요가 없다”고 웃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요즘 프로농구는 자유투를 방해하는 관중들의 응원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각 구단들의 항의가 잦아지면서 관중이 풍선 등으로 선수에게 혼란을 주는 모습을 보기 어려워졌다. 이는 NBA나 미국대학농구(NCAA)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런 농구장 문화의 하나다.
 
최근 ESPN이 ‘전미에서 가장 시끄러운 농구장’으로 선정한 캔자스대의 ‘앨런필드하우스(Allen Field House)’는 다양한 자유투 방해응원으로 유명하다. 실제로 원정팀들은 ‘앨런필드하우스’에만 오면 자유투 성공률이 뚝 떨어지는 등 쏠쏠한 효과를 보고 있다. 이는 관중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홈팀의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LG관계자는 “최다관중을 달성해준 창원 팬들의 열기에 항상 감사드린다. 더 다양한 아이디어의 마케팅을 실현하고 싶은데 현실적 제약이 많아 안타깝다. 올 시즌 LG가 꼭 우승을 달성해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감사를 표했다.
LG는 정규리그 준우승만 4번 달성한 프로농구 대표적 ‘콩라인’이다. 유일하게 챔프전에 나갔던 2001년에는 삼성에 1승 4패로 무릎을 꿇었다. 올 시즌 LG가 16년 묵은 우승의 한을 떨칠 수 있을까.
jasonseo34@osen.co.kr
KBL 제공 / 캔자스대학의 자유투 방해 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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