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3 프로야구] WBC 패퇴, 국제대회 강국의 굴욕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3.12.27 06: 35

2013년 한국야구의 시작은 어두웠다. 1회 대회 4강, 2회 대회 준우승으로 전 세계 야구팬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한국야구가 3회 WBC에선 본선 1라운드에 머물고 말았다.
우승을 목표로 당당히 닿을 올린 한국은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B조 리그에서 네덜란드에 덜미를 잡히며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네덜란드는 물론, 대만과 호주 모두 한 수 아래라고 판단했으나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무엇보다 첫 경기 네덜란드전 0-5 영봉패가 치명타로 다가왔다. 타선은 네덜란드 좌완 선발투수 디에고마 마크웰을 공략하지 못했고 마운드 또한 계획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반면 네덜란드는 마크웰이 무실점 호투하고, 메이저리그 특급 유망주 안드렐톤 시몬스·젠더 보가츠, 그리고 베테랑 타자 앤드류 존스 등 야수진이 동반 활약을 펼쳤다.

벤치 운영도 아쉬웠다. 대회 규칙상 최소 실점패를 노려야했으나 선발투수 윤석민이 선취점을 내준 후 불펜투수들도 추가점을 허용했다. 필승조로 내정했던 노경은이 5회 제구 난조를 겪으며 윤석민의 주자를 지키지 못했다. 노경은에 이어 등판한 손승락 차우찬 정대현도 2실점했다. 유형이 다른 투수들을 내세웠으나 효과가 없었다.
한국은 이후 호주, 대만을 모두 꺾고 2승 1패가 됐지만 득실차에서 네덜란드와 대만에 밀렸다. 좀처럼 예상치 못했던 2라운드 진출 실패로 도쿄행 비행기가 아닌 인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장원준 박희수 오승환이 WBC서도 건제함을 과시했으나 정근우 강민호 노경은 차우찬 등의 부진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기대를 모았던 이승엽 이대호 김태균 1루수 ‘빅3’도 대폭발과는 거리가 멀었다.
굴욕적인 성적표를 받았으나 3회 WBC를 통해 한국야구의 과제는 분명해졌다. 고비마다 절대 에이스 역할을 수행한 류현진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서 괴력을 과시한 추신수 등 특급 선수의 부재가 전력 약화를 낳았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국가대표팀에서도 나타났다. 9구단 체제가 시작됐고 2015년 10구단 체제를 눈앞에 둔만큼 질적 향상이 절실해졌다.
이를 위해선 아마야구 체계성 강화, 실업야구의 부활 등이 필요하다. 뿌리가 되는 인프라를 키우고 가지를 넓게 칠 수 있어야 세계야구의 진짜 맹주로 자리할 수 있다. 수준급 국가대표팀 2, 3개가 만들어질 때 강호가 되고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제2의 류현진, 추신수를 키워내기 위한 과제이기도 하다.
내년 9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선 금메달로 대만에서의 치욕을 설욕할 수 있을지, 한국야구위원회와 대한야구연맹에서 추진 중인 중고교야구 활성화는 얼마나 이뤄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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