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24)과 선덜랜드에는 달콤한 꿈과 같은 경기였지만, 에버튼에는 악몽 중에 악몽이었다.
기성용은 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에 위치한 구디슨 파크서 열린 2013-2014 프리미어리그 18라운드 에버튼과 원정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한 기성용은 중앙 미드필더로서 역할을 수행함과 동시에 전반 25분 선제 결승골을 터트려 선덜랜드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기성용의 득점은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역할이 됐다. 선덜랜드에 리드를 안김과 동시에 에버튼에는 수적 열세를 선사해 승부의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기성용은 전반 23분 에버튼의 골키퍼 팀 하워드가 레온 오스만에게 내준 패스를 가로채 하워드와 일대일 기회로 연결했고, 하워드의 반칙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하워드의 퇴장은 보너스였다.

당연히 기성용은 페널티킥을 골로 연결했다. 하워드를 퇴장시킨 침착한 플레이는 페널티킥에서도 빛났다. 정확한 슈팅은 교체 투입된 골키퍼 조엘 로블레스가 방향을 읽었음에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기성용은 자신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에버튼에는 치명타였다. 리드를 내줌과 동시에 수적 열세까지 처하며 승부를 뒤집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결국 10명이서 뛴 에버튼은 동점을 만들지 못하고 패배를 당하게 됐다.
경기장을 찾은 홈팬들은 좌절했다. 당연히 승리를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날 전까지 에버튼은 5위 자리서 최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강팀이었고, 선덜랜드는 최하위로 강등 걱정을 하는 팀이었기 때문이다.
홈팬들이 얻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저 프리미어리그 개막 후 처음으로 홈에서 에버튼이 지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보는 것이 전부였다. 기성용의 재치있는 플레이가 에버튼에는 지울 수 없는 악몽을 선사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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