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리그 시민구단, 안녕들하십니까?
K리그가 중대 전환기를 맞고있다. 올해부터 승강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서 K리그 클래식 전체 14개 구단 중 거의 절반에 가까운 6개 도,시민구단(이하 시민구단)의 경영이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강등권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시민구단이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화두로 떠올랐다. 지방체육의 위기를 말하는 체육계의 목소리가 큰 가운데 어쩌면 강등된 시민구단은 예산삭감과 구조조정의 제1순위가 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대구FC는 강등 확정과 동시에 감독을 포함한 팀장급 이상 구단 수뇌부 전원이 방출 통보를 받았고, 팀 해체의 위기를 간신히 극복한 성남은 돌아 온 노객(老客) 박종환(75) 감독을 선임하면서 출발부터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OSEN은 대표적인 기업구단 FC 서울의 단장과 최초의 시민구단 대구 FC의 사장을 역임한 최종준(62)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이하 '최 총장')에게 시민구단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대구와 성남과 관련된 견해를 물었다.
- OSEN : 안녕하십니까? 지난번 야구계의 현안에 이어 오늘은 축구문제 그 중에서도 시민구단과 관련된 현안에 대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시민구단을 경영해보신 입장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었는지?
▲ 최 총장 : 재정문제가 첫번째 애로사항입니다. 제가 대구FC 창단 4년째인 2006년 5월에 경영을 맡았는데 그때 이미 매년 수십억 원의 적자로 자본금이 거의 잠식될 지경이었으니까요. 그당시 프로축구는 대표적인 적자산업이었죠. 선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전체 구단운영비의 약 85%가 인건비다보니 자연히 미래지향적인 투자나 연고지 정착활동 등은 자연히 축소될 수밖에 없었죠.
- OSEN : 재정이 그렇게 악화가 된 원인은 무엇인가요?
▲ 최 총장 : 프로축구계의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 때문입니다. 비공개를 원칙으로하는 높은 선수 몸값에 경기수당, 승리수당은 또 얼마나 많았습니까? 기업구단이야 모기업의 홍보효과와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공익적 목적도 있다지만 시민의 혈세로 간신히 운영하는 시민구단들은 어쩌다(?) 잘 뽑은 선수를 키워팔기해서 근근히 살아가는 형편이었으니까요.
- OSEN : 그렇다면 역시 시민구단의 가장 큰 문제는 재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 최 총장 : 그렇습니다. 재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익모델을 확보해 수입을 증대시키거나, 지출을 감소시켜 비용을 아끼는 방법인데 수익모델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죠. 프로야구와 비교해본다면 일단 경기수가 적기 때문에 입장 수입이나 중계권 매출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결국 지출 감소가 실질적인 대안이 되는데, 구단 운영의 7~80% 이상을 차지하는 선수단 운영비가 첫번째 대상이 되는 이유입니다. 비정상적인 높은 몸값과 구단 규모에 맞지 않는 수당제도 대신 구조적인 비용 감소와 수익 창출, 여기에 구단 경영의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민구단의 가장 큰 과제죠.

- OSEN : 사실 스플릿 제도의 도입과 함께 승강제 실시를 앞두고 시민구단을 강등 1순위로 꼽는 시선이 많았는데요.
▲ 최 총장 : 재정적인 문제가 큰 영향을 미쳤죠. 선수 몸값이 너무 높다보니 시민구단의 자생이 힘든 상황입니다. 더구나 지자체가 스포츠의 전문성에 대한 인식이 투미하다보니 전문적인 프런트가 구성되기 어렵습니다. 스포츠의 전문성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은 기업대로 임원이 거쳐가는 자리라는 생각이 있고 시민구단 역시 지자체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시민구단의 경우 재정 문제 때문에 지자체의 지원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데다 지역연고의 특성상 외압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임기에 따른 지자체장의 교체로 인해 본의 아닌 변화가 이루어지는 부분도 많고요.
- OSEN : 그렇다면 시민구단이 바로서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변화에 휩쓸리지 않는 프런트가 구성돼 장기적인 안목으로 효율적인 경영을 해야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사실상 쉽지 않은 이야기지요?
▲ 최 총장 :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현재 K리그 전체의 경영적 구조가 탄탄하다고 볼수만은 없지요. 또 연고지 정착이 잘 되어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기업의 후원을 받는 기업구단보다 연고지 정착이 필수인 시민구단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여러차례 건의도 했죠. 이러다간 공멸뿐이다, 원천적인 구조개혁을 하자. 연봉은 투명하게 공개하고 선수 뒷거래를 일체 없애며, 수당도 대폭 줄이자고 건의했지만 쉽지 않더군요.
- OSEN : 그러면 연봉공개에는 찬성하는 입장이신거네요.
▲ 최 총장 : 연봉공개는 훌륭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물론 향후 몇 년 간은 후폭풍에 시달릴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국 축구가 보다 일찍 겪었어야할 성장통이라고 생각합니다. K리그의 상생을 위해 연고지 정착, 컵대회 시기를 시즌 전으로 옮기는 것, 그리고 과도한 몸값을 줄이는 것 등을 건의했었는데, 연봉공개의 경우 시행착오를 거쳐 추후에는 K리그의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라 봅니다.
- OSEN : 그렇군요. 시민구단 이야기를 계속 하고 있는데, 사장으로 몸담고 계셨던 대구가 이번에 강등 책임을 물어 김재하 대표이사와 석광재 사무국장은 물론 팀장급 실무진까지 사퇴하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 최 총장 : 앞에서도 이야기드렸습니다만, 이사회가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무책임한 일을 벌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오히려 강등된 후에야말로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가진 인재들이 더 필요한 법인데, 축구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셈입니다. 이번에 감독 선임 문제로 논란이 된 성남도 마찬가지입니다. 앞뒤가 바뀌어도 한참 바뀌었습니다. 사장을 선임하고 감독을 선임해야지, 감독 먼저 선임하고 사장을 선임한다는 것은 잘못된 일입니다.
'성적은 단장의 책임, 관중 동원은 감독의 책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단장은 프로세스적인 부분과 선수 영입 등을 책임져 감독이 성적을 일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고, 감독은 지휘자처럼 좋은 재료를 가지고 좋은 경기를 펼쳐 팬들을 불러모아야한다는 뜻인데요, 이제는 지도자와 구단의 결속도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특히 연고주의가 정착되어야할 K리그, 그리고 시민구단에서는 감독이 솔선수범 나서서 팀을 이끄는 역할도 필요합니다. 미디어와도 더욱 친화적이 되어야하고요.
- OSEN :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하나 더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제 대전, 대구, 강원, 광주까지 네 개의 시민구단이 2부리그인 K리그 챌린지에서 뛰게 됐는데요. 이 팀들이 1부리그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은 어떻게 보십니까?
▲ 최 총장 : 지금까지의 마인드로 팀을 이끈다면 1부리그 복귀는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2부리그 강등이라는 장애물 앞에서 팬들이 이탈하지 않게 하려면 지역 밀착 활동에 더 힘을 써야합니다. 구단 경영에도 노하우가 필요하고, 연고지 정착을 위한 노력이 보다 많이 필요한 때입니다. 시민구단이 2부리그에서 경험하는 1패는 두 배, 세 배의 충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2부리그에서마저 성적이 좋지 않다면, 최악의 경우 팀의 존폐가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당장 일본만 해도 한 번 강등된 팀이 다음 해에 바로 승격되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강등된 시민구단들은 물론, K리그와 프로축구연맹도 그 점을 확실히 인지해야합니다. 시민구단이 모두 2부리그에 있게 된다면 K리그 전체에 있어서도 좋은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14개 구단 중 6개 구단이 시민구단입니다.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의 밸런스가 어느 정도 맞아야 K리그가 균형있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K리그는 중대한 시기를 맞았습니다. 시민구단의 활성화에 대해 K리그와 프로축구연맹에서도 진지한 고민을 해야합니다. 단순히 시민구단이 강등되기 쉬운 구조에 있다는 생각의 틀에 사로잡히지 말고, 지금 상황을 리그의 생존이 걸린 심각한 위기로 봐야합니다. 리그 전체가 시민구단의 생존 문제에 대해 공동체 의식을 갖고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합니다. 시민구단의 잇딴 강등과 구조적인 문제는 K리그 전체의 문제가 되어야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처럼, K리그는 지금 안녕하지 못합니다.
정리=김희선 기자 costball@osen.co.kr
최종준 전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