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3 프로야구] '환골탈태' LG의 부활과 넥센의 선전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12.27 06: 39

'우리 팀이 달라졌어요'.
2002년 이후 10년 동안 가을 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며 팬들이 자랑스럽게 "내 응원팀이다" 밝히지 못하게 했던 팀. 그리고 창단 5년 동안 주축 선수들의 트레이드와 재정 운영의 어려움으로 팬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팀. 그랬던 팀들이 달라졌다. LG 트윈스는 올 시즌 11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넥센 히어로즈는 창단 첫 포스트시즌에 각각 진출하며 팬들에게 잊지 못할 한 해를 선사했다.
▲ "올해는 유광잠바 사세요" 약속지킨 LG

이제는 장난처럼 여겨지기까지 했던 LG의 '유광잠바'. LG 팬들에게 그 동안 유광점퍼는 희망고문과도 같았다. 매 시즌 초반에는 승승장구하며 유광점퍼를 사야할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으나 결국은 시즌 끝나고 다시 고이 넣어둬야 했던 유광점퍼. 유광점퍼는 LG 팬들에게 애증의 대상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주장 이병규가 "유광 점퍼를 준비하셔도 좋다"라고 했을 때 팬들 사이에서도 자조의 목소리가 나왔던 것은 이유가 있었다.
뚜껑을 열어본 올해 LG의 시작은 사실 미미했다. LG는 올해 5월까지 5~7위권에 머무르며 아예 희망고문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였다. 마운드는 제몫을 했지만 타선이 터지지 않으면서 답답한 경기가 계속됐다. 그러던 LG에 변화기가 찾아왔다. 주장 이병규가 햄스트링 부상을 털고 5월 7일 1군에 복귀했다. LG는 5월 21일 이후 무려 10연속 위닝시리즈를 질주하며 6월 6일 6위에서 4위로 올라섰다.
LG는 이후 뒷심을 발휘하며 꾸준히 상위권 싸움을 이어갔고 8월 21일 잠실 넥센전에서 승리하면서 무려 5879일 만에 정규시즌 1위를 경험하기도 했다. LG는 운명의 날이었던 정규시즌 마지막 10월 5일 잠실 두산전에서 승리하며 최종 2위로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플레이오프부터 경험하게 됐다. 그러나 기다리고 기다리던 플레이오프는 1승3패로 짧고 굵게 끝났다.
올 시즌 LG의 상승세에는 '솔선수범' 이병규의 솔선수범 활약도 있지만 무엇보다 안정된 마운드가 한몫 했다. LG는 올 시즌 3.72의 평균자책점으로 1위를 기록했다. 벤자민 주키치가 예상보다 부진했으나 류제국이 첫 해부터 만점 활약을 선보였고 우규민은 완봉승을 곁들인 10승 투수 반열에 올랐다. 홀드 2위 이동현 포함 봉중근, 정현욱, 류택현 등 노장 불펜들도 힘을 냈다.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손주인, 현재윤은 LG의 빈 자리를 쏠쏠하게 메웠다.
▲ '우리도 강팀이라 불러다오' 강해진 넥센
지난해 초반 무서운 기세를 보여주며 '당연히' 가을 야구를 하는 줄 알았으나 최종 6위로 아쉬운 시즌을 보낸 넥센. 2011년 창단 첫 최하위를 찍은 뒤 반등을 하기는 했는데 무언가가 아쉬웠다. 구단은 감독을 바꾸며 변화를 꾀했다. 그런데 새 감독이 무명 출신의, 코치 경력도 3년에 불과한 만 45세의 젊은 초보였다. 가뜩이나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많은 이 팀이 잘 굴러갈 수 있을까 의구심을 가득 안고 시즌이 시작됐다.
그러나 올 시즌 넥센은 염경엽 감독을 빼놓고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시즌 전부터 선수들에게 구체적인 역할과 책임감을 부여한 염 감독은 초보답지 않은 역량을 발휘하며 팀의 강세를 이끌었다. 이병규의 사이클 히트를 묻히게 한 재치있는 '삼중도루', 허를 찌르는 대타 작전 등이 계속해서 나오며 넥센 야구를 재미있게 만들었다.
넥센의 가장 큰 위기는 6월이었다. 약 2주일 동안 두 선수의 음주 사고, 잠실 경기 오심 사건, 김병현 퇴장, 모든 것에서 촉발된 8연패 등 악재가 모두 터졌다. 그러자 염 감독은 조용히 그 다음을 준비했다. 넥센의 가장 큰 위기는 선발이라고 생각한 염 감독은 7월말 토종 선발을 문성현, 오재영으로 교체하며 위기를 기회로 바꿨고 넥센은 9월 14승4패를 기록, 9월 28일 창단 첫 가을야구를 확정지었다.
그리고 넥센을 웃게 선수들이 있다. 2년 연속 시즌 MVP를 차지하며 자신의 시대를 연 홈런왕 박병호, 그리고 넥센 3루의 저주를 푼 김민성, 힘들었던 6월 복덩이로 떠오른 문우람 등 선수들은 팀과 함께 성장하며 쉴 틈 없는 타선을 만들었다. 넥센은 비록 준플레이오프에서 5차전 혈투 끝에 2승3패로 탈락해 아쉽게 돌아섰으나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며 팬들에게 '야구 볼 맛'을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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