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3 프로야구] 천우신조의 우승기회 날린 김진욱 퇴장
OSEN 이우찬 기자
발행 2013.12.27 06: 44

천우신조가 찾아온 듯 보였다. 하지만 우승은 두산 베어스를 끝내 외면했고 김진욱 감독도 무대에서 퇴장했다.
올 시즌 두산의 우승은 9부 능선을 넘은 것처럼 보였다.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원정에서 내리 2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할 때 까지는. 두산은 한국시리즈 5차전까지 3승 1패로 앞섰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통산 3승 1패에서 우승 확률은 100%. 하지만 두산은 소심한 투수 운용과 뒷심 부족을 노출하며 다 잡았던 우승을 코앞에서 놓쳤다. 두산은 우승 기회를 날렸고 김진욱 감독도 준우승 경질로 자리를 내려놨다.
결과적으로 소심했던 투수 운용이 두산 우승에 훼방을 놨다. 대표적인 경기가 한국시리즈 6차전. 두산 선발 니퍼트는 5회까지 1실점하며 호투했지만 6회와 7회 홈런을 잇따라 내주며 무너졌다. 두산은 5회까지 2-1로 앞서있었다. 6회 니퍼트가 채태인에게 2점 홈런을 맞았지만 교체하지 않았다. 구위가 떨어졌지만 그대로 밀고나갔다. 7회 3점포를 내주고 나서야 윤명준으로 교체했다. 두산은 필승 카드 핸킨스가 불펜에서 몸을 풀며 대기했지만 투입하지 않았다. 투입 시기를 저울질하다가 놓쳤다.

앞서 5차전에서도 두산은 유희관을 불펜 대기했지만 결국 투입하지 않았다. 김진욱 감독은 당시 이에 대해 “앞서면 투입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과감하지 못한 투수 운용은 삼성의 대범한 투수 운용과 비교됐다. 통합 2연패를 차지한 류중일 감독은 4차전과 5차전에서 부진했던 배영수와 윤성환을 각각 2회와 3회도 되지 않아 조기 교체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과 두산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지점이었다. 
한국시리즈 전까지 ‘미러클 두산’의 힘은 무시무시했다. 두산은 정규리그 4위로 가을야구 막차를 탔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히어로즈를 2연패 후 3연승으로 물리쳤다. 플레이오프에서는 LG 트윈스를 상대로 경기력에서 우위를 점하며 3승 1패로 이겼다. 유희관과 니퍼트를 축으로 한 선발진이 건재했고 홍상삼과 윤명준 등 젊은 중간 계투진도 살아났다. 촘촘한 수비력은 두산 야구의 힘을 뒤에서 받쳤다.
야구 전문가들은 두산 야구의 힘을 두꺼운 선수층에서 찾았다. 실제 두산 야수진은 내야와 외야를 가릴 것 없이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이가 거의 없었다. 정규리그에서 맹활약했던 민병헌이 부진하자 정수빈이 이를 대체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두산 코칭스태프는 주전이 아닌 당일 컨디션에 따라 선수를 기용한다고 밝혔다. 그만큼 다른 구단에 비해 가용 자원에 자신감이 있었다. 두산이 삼성을 위협할 수 있었던 힘도 여기에 있었다.
하지만 2% 부족한 결단력이 못내 아쉬웠다. 두산은 결국 오프시즌 칼을 빼들었고 그 칼끝은 우승을 놓친 김진욱 감독을 향했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과 한 차례 준우승을 차지한 김진욱 감독이었지만 우승에 목말랐던 두산 구단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두산은 나아가 베테랑 이종욱과 손시헌, 최준석, 김선우 등을 잡지 않았다. 신임 송일수 감독을 필두로 팀에 대폭 변화가 찾아왔다.
두산은 우승을 위해 김진욱 감독을 퇴장시키고 송일수 감독을 선택했다. 두산이 올 시즌 코앞에서 놓친 우승의 한을 내년 시즌에는 풀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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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진욱 전 감독, 송일수 두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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