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의 2013년은 불확실과의 싸움이었다. 새 팀, 새 포지션, 그리고 새 둥지까지 모든 것이 궁금증 속에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러나 추신수는 이 싸움에서 모두 승리하며 당당히 2013년을 빛낸 메이저리거 중 하나로 우뚝 섰다. 이제는 단순히 한국의 추신수가 아닌, 메이저리그(MLB) 전체의 추신수로 발돋움한 한 해였다는 점에서 2013년은 의미가 컸다.
추신수는 올 시즌을 앞두고 정들었던 클리블랜드를 떠났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1년 남은 추신수를 품을 돈이 클리블랜드에는 없었다. 결론은 트레이드였다. 그렇게 추신수는 신시내티의 유니폼을 입었다. 클리블랜드보다는 더 강한 전력, 그리고 더 든든해진 동료가 뒤에 생긴 추신수였지만 사실 시즌 전 전망은 여러 곳에서 물음표가 붙어 있었다.
클리블랜드 시절에는 주로 우익수 및 3번 타자로 활약했던 추신수였다. 그러나 신시내티에서는 그 익숙한 옷을 벗어야 했다. 중견수 및 1번 타자로 변신했다. 중견수와 1번 타자 모두 경험이 많지 않은 추신수에게는 큰 도전이었다. 때문에 “잘할까”라는 물음표도 존재했던 것이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추신수의 기세는 거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옷을 입고 더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마치 이 옷이 더 잘 맞는다는 듯한 맹활약이었다.

1번 타자로 변신한 추신수는 시즌 초반부터 끝까지 출루 머신의 위용을 드러냈다. 타율은 부침이 있었지만 추신수의 눈에는 슬럼프가 없었다. 4월 한 달 동안 4할7푼7리의 엄청난 출루율을 기록하며 시동을 건 추신수는 꾸준히 4할대 출루율을 유지하며 올 시즌 MLB 전체 출루율 4위(.423)에 올랐다. 안타는 물론, 볼넷, 사구 등 추신수의 출루는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출루만 뛰어났던 것이 아니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20홈런-20도루(21홈런-20도루) 클럽게 가입하며 5툴 플레이어로서의 위용을 뽐냈다. 이로써 추신수는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에 이어 20홈런-20도루-100득점-100볼넷을 모두 기록한 리그 두 번째 선수로 등극하며 미 언론들의 큰 화제를 모았다. 비록 포스트시즌에서는 팀이 아쉽게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물러났으나 추신수는 자신의 포스트시즌 첫 홈런을 때려내는 등 고군분투했다.
하이라이트는 오프시즌이었다. FA 자격을 얻은 추신수는 로빈슨 카노, 제이코비 엘스버리와 함께 FA시장 최대어로 손꼽혔고 결국 텍사스와 7년간 1억3000만 달러(약 1380억 원)에 계약하며 대박의 꿈을 이뤄냈다. MLB 외야수로는 여섯 번째로 큰 계약이었다. 올해 시작부터 끝까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추신수는 이제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히며 또 한 번의 성공신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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