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3 프로야구] '끝판대장' 오승환, 한신의 수호신 되다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3.12.27 06: 41

한국 프로야구의 마무리 투수 전성시대를 열었던 오승환(31)이 일본으로 떠났다.
올 시즌을 마치고 대졸 FA 자격을 갖춘 오승환은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희망했다. 미국과 일본 야구팀의 문을 두드려본 오승환은 지난달 22일 한신 타이거스와 2년 총액 9억 엔(약 95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 아직 해외 진출 FA 자격(9년)을 갖추지 못해 삼성에도 5000만 엔의 이적료가 지불됐다. 국내에서 일본에 진출한 선수 중 역대 최고 금액이다.
그의 일본 진출로 인해 한국 프로야구는 대표 마무리 투수 한 명을 잃었다. 지난 2005년 삼성에 입단한 오승환은 9년 동안 통산 444경기 277세이브(28승13패 11홀드)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다. 오승환은 2006년, 2011년 47세이브를 기록하며 한국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어떤 기록보다 오승환이라는 그의 이름 세 글자가 주는 중압감은 한 동안 야구계를 지배했다.

한국에서 명성을 떨쳤던 오승환답게 한신의 대우 역시 특별했다. 한신은 이례적으로 공식 입단 전 한국에서도 계약 조인식을 열어 한일 양국의 미디어를 초청했다. 일본에서는 그가 고시엔 구장을 둘러보고 입단식을 여는 모든 것이 관심의 대상이 됐다. "내가 가서 우승을 할 수 있는 팀을 원했다. 팀 우승의 마지막 공을 내가 던지고 싶다"는 그의 다부진 각오는 일본을 놀라게 했다.
오승환은 그가 삼성에 있는 동안 5차례 우승을 경험했다. 그의 한국시리즈 기록은 22경기 33⅓이닝 1승1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81. "한국에서는 몇 번이나 팀 우승의 마지막 순간에 서 있었냐"고 묻는 일본 기자의 질문에 "전부"라고 짧고 굵은 대답을 남긴 에피소드는 오승환의 평소 성격과 자부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평소 잘 웃지 않는 그의 모습과 한국에서의 활약상에 관심이 많은 일본 취재진은 벌써부터 그에게 별명을 지어주며 내년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한 매체는 "오승환은 '골고13' 캐릭터가 어울린다"며 유명 연재 만화의 주인공인 스나이퍼를 빗대 표현했다. 오승환의 첫 해 역할은 한신에 아직도 남아있는 후지카와 규지의 그림자를 지우는 것이다.
오승환이 떠나면서 한국 프로야구 마무리 투수 부문은 당분간 손승락(넥센)과 봉중근(LG)의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오승환과 같이 '압도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끝판대장'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만큼 오승환이 우리나라 야구계에 남기고 간 발자국은 진하고도 길었다. 일본으로 떠나 호랑이가 된 오승환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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