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3 MLB] '꿈이룬 괴물' 류현진의 성공 여정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12.27 06: 41

"미국 갈거야. 나는 미국 갈거야". 
지난 2012년 1월. 미국 애리조나 투산에 차려진 한화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26)에게 메이저리그 도전 의향을 물었다. 해외 진출 자격까지 한 시즌을 남겨둔 그는 확고 부동했다. "무조건 미국에 갈 것이다. 일본은 없다". 그는 "가장 좋고 힘있을 때 최고 선수들과 한 번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 '원조 코리안특급' 박찬호도 "무리하지 않고 미리 준비를 잘 하면 나보다 나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두 사람의 말이 현실이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못하면 그게 내 실력이다

시간이 흘러 2012년 9월초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고 싶다. 구단에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도전 의사를 드러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대전구장을 비롯해 그의 선발등판하는 곳마다 소집됐다. 그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전혀 없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혹시 실패라도 하면 어떡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류현진의 대답은 "잘해야 한다는 부담도 책임도 없다. 못하면 그게 내 실력인가보다 하고 돌아오면 그만"이었다. 
시즌을 마친 뒤 한화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을 승인했고, 그는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30일간의 협상을 거쳐 LA 다저스에 입단했다. 한국프로야구 출신 최초의 메이저리그 직행이라는 역사를 썼다. 입찰액 2573만 달러, 6년 총액 3600만 달러의 후한 계약 조건은 다저스가 그에게 거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보여줬다. 그러나 미지의 리그에서 검증 안 된 선수를 바라보는 현지의 시선은 냉랭했다. 
▲ 배고픈 게 가장 힘들다
2월 애리조나 글렌데일에서 시작된 메이저리그 첫 스프링캠프에서 류현진은 뜻하지 않게 화제의 중심에 섰다. 첫 날 장거리 러닝에서 최하위권으로 뒤처졌고, 이 바람에 라커룸에서 발견된 담배 때문에 현지 기자로부터 '담배를 끊어야 할 것'이라고 한소리 들었다. 하지만 류현진은 "내가 무슨 죄를 지었는가"라며 웃은 뒤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내 할 일을 하겠다"고 개의치않아 했다. 
그를 향한 뜨거운 기대와 의심의 눈초리가 뒤섞인 상황이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류현진을 더욱 힘들게 한 것은 배고픔이었다. 시즌을 앞두고 다이어트에 열중했던 그는 "저녁 늦은 시간에 배고픈 것이 가장 힘들다. 그럴 때는 그냥 잔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먹는 것 좋아하는 청년이 굶주린 배를 잡고 독하게 훈련한 데에는 오로지 하나,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함이었다. 
▲ 정말 창피해, 반성하겠다
류현진은 한국 시간으로 4월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빅리그 데뷔전을 가졌다. 이날 그는 6⅓이닝 10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3실점(1자책)으로 퀄리티 스타트했지만, 팀 타선의 도움을 받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하지만 더 큰 화제를 모은 게 홈팬들에게 받은 야유였다. 6회 3루수 앞 느린 땅볼을 치고 걸어가듯 터벅터벅 1루로 향한 게 야유 발단이었다. 그는 "내가 정말로 잘못했다. 창피하더라. 반성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 순간도 허투루해선 안 된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이날의 교훈을 거울 삼아 류현진은 플레이 하나, 공 하나를 소중히 했다. 데뷔전 패배 이후 2연승을 달리며 성공적으로 연착륙했다. 투구 뿐만 아니라 타격과 주루에서도 숨겨둔 재능을 마음껏 뽐냈다. 하지만 완벽하게 적응을 마친 후에도 그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없다. 처음 올 때부터 메이저리그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지금도 항상 도전한다는 생각으로 매경기 임하고 있다"는 게 류현진의 말이었다. 
▲ 일요일, 한식이 가장 좋다
야구선수에게는 야구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야구를 잘하는 데에는 외적인 요소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해외파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게 적응의 문제로 향수병에 걸리기 십상이다. 류현진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게 없었다. 캠프 때부터 시즌 초반까지 그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취재진을 보며 "부럽다. 나도 한국으로 가고 싶다"고 말하곤 했다. 그런 그에게 여가 생활을 어떻게 보내느냐는 야구 만큼 중요한 일이었다. 
류현진은 "미국에 있으니 일요일이 가장 좋다"고 했다. 미국시간으로 일요일은 한국시간 월요일로 주말 예능 방송들이 올라온다. 류현진도 태블릿에서 한국 예능 방송을 보며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는 "진짜 사나이가 재미있다. 한국에서 재미있는 방송들이 많이 올라온다"고 기뻐했다. 미국 전역 곳곳에 있는 한식당도 류현진에게는 큰 힘이었다. 그는 "한국 음식이 없는 데가 없다"고 기뻐했다. 그의 표정이 가장 밝아질 때였다. 
▲ 꿈을 이룬 남자, 더 큰 성공을 향해
2013년 메이저리그 데뷔 첫 해 류현진은 30경기에서 192이닝을 던지며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 탈삼진 154개를 기록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위력투를 펼치며 '빅게임 피처' 면모도 보여줬다. 비록 신인왕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투수 왕국' 다저스의 핵심 투수가 돼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메이저리그에 알렸다. 류현진의 꿈 나아가 한국프로야구의 꿈도 이룬 의미있는 성공이었다. 
성공적인 데뷔 시즌을 마쳤지만 이제 류현진은 더 큰 성공을 꿈꿔야 할 위치가 됐다. 2년차가 되는 2014년에는 그를 향한 분석이 더욱 치밀하고 철저하게 이뤄질 것이다. 류현진은 "큰 부상없이 시즌을 마쳐서 기쁘다. 한 시즌을 치렀으니 내년에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꿈을 이룬 사나이가 더 큰 성공을 향해 발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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