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년 전, 일본 프로야구 진출이 결정된 이대호(31,소프트뱅크)는 "야구는 어디서든 똑같다"는 말과 함께 현해탄을 건넜다. 한국에서는 타자로서 이룰 건 다 이룬 이대호는 FA 자격을 얻자 원 소속팀 롯데의 구애를 뿌리치고 일본으로 향했다. 그리고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야구는 어디서든 똑같다는 걸 보여주며 일본 무대까지 평정했다.
이대호는 올해로 오릭스와의 2년 계약이 끝났다. 일본 잔류와 메이저리그 도전 사이에서 이대호는 긴 고민 끝에 소프트뱅크로의 이적을 결정했다. 2+1년에 총액 19억엔, 계약 규모로는 2006년 후 이승엽(삼성)이 요미우리와 체결한 4년 30억엔에 이어 한국인으로는 2위에 해당한다. 일본 프로야구 역대 외국인선수 연봉으로 따져봐도 열 손가락에 꼽는다.
한국에서 일본 프로야구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건 사실이다. 한국 프로야구 인기가 절정을 달리고 있고, '코리안 빅리거'들의 활약에 힘입어 메이저리그가 야구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과거 한국인 선수가 일본에서 높은 연봉을 받으면 '중계권료가 포함된 금액'이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일본 구단이 한국 방송사로부터 고액의 중계권료를 받는 게 사실상 힘들어진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대호가 소프트뱅크로부터 약속받은 고액 연봉은 오로지 그의 실력 덕분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대호가 지난 2년 동안 일본에서 거둔 성적은 놀랍기 그지없다. 타율이나 홈런 등 눈에 띄는 타이틀을 차지하지는 못한데다가 비인기팀인 오릭스에서 뛰어 일본이나 한국에서 덜 조명받은 감이 있지만, 이대호는 기복없는 활약으로 팀에 꼭 필요한 타자로 자리잡았다. 한국무대 통산 11시즌동안 이대호는 타율 3할9리, 출루율 3할9푼5리 장타율 5할2푼8리 OPS 0.923을 기록했는데 일본에서도 2년 동안 타율 2할9푼4리 출루율 3할7푼6리 장타율 4할8푼6리 OPS 0.864를 올렸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으로 일본에 진출했던 타자는 이대호를 포함해 모두 여섯명이다. 1998년 이종범을 시작으로 이승엽, 이병규, 김태균, 이범호, 이대호가 차례로 일본으로 건너갔다. 그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건 이대호다. 이대호의 일본 평균타율은 2할9푼4리를 기록했는데 다른 5명의 선수(이종범 .261, 이승엽 .264, 이병규 .254, 김태균 .265, 이범호 .226)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타율 뿐만 아니라 다른 기록들도 이대호가 앞섰다. 일본 통산홈런은 8시즌을 뛴 이승엽(159개)에 미치지 못했지만(이대호 2시즌 48개), 연평균 홈런은 24개를 친 이대호가 더 많았다. 타자의 기량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OPS도 0.865를 기록한 이대호가 1위(이종범 0.733, 이승엽 0.840, 이병규 0.674, 김태균 0.765, 이범호 0.643)였다.
일본에 진출했던 한국 프로야구 출신 타자들의 활약상을 정리해보면 홈런은 이승엽, 종합 성적은 이대호가 가장 뛰어났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제 이대호가 넘을 산이 있다면 2006년 이승엽이 기록했던 성적이다. 당시 이승엽은 타율 3할2푼3리(2위) 홈런 41개(2위) 108타점을 올리며 리그를 지배했었다. 만약 이대호가 2006년 이승엽의 기록에 근접할 수 있다면, 그토록 바라던 팀 우승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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