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반복되는 연봉협상 진통, 이제는 지겹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12.27 06: 55

올 겨울에도 프로야구 연봉 협상테이블에는 날선 신경전이 오가고 있다. 매년 그렇듯 구단과 선수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는 것이다. 
올 겨울 연봉 협상은 넥센과 두산이 주도했다. 넥센은 박병호를 비롯해 손승락·강정호·김민성 등 주력 선수들의 연봉을 화끈하게 인상하며 분위기를 띄웠으며 두산도 속전속결로 해를 넘기기 전 연봉 협상을 완료했다. 그러나 상당수 팀들이 아직 연봉을 발표하지 않은 채 속속 불협화음이 드러나고 있다. 
특히 4강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팀들은 진통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가 이어지고 있다. 구단에서는 팀 성적을 이유로 대폭적인 인상이 어렵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고, 선수들은 고생한 만큼 보상받고 싶어하는 마음이다. 프로선수는 돈으로 가치가 매겨지기에 더욱 그렇다. 

한 구단 관계자는 "연봉 협상은 늘 어렵다. 어느 팀이든 모든 선수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 선수들도 본인만 생각할 게 아니라 전체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성적이 안 좋은 팀은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팀 성적을 떠나 선수들은 여러가지 명분으로 버티기 작전을 벌이며 대치한다. 
여기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명분이 바로 자존심과 사기진작이다. "자존심을 세워달라"는 선수들의 주장은 사기진작의 필요성으로 변질되곤 한다. 그러나 수치화할 수 없는 자존심 때문에 구단의 원칙이 흔들리다면 연봉 협상의 기준이 되는 고과 체계부터가 무너진다. 연봉 협상이 늦어지는 이유다. 
물론 선수들도 할 말이 있다. 한 선수는 "우리는 고과가 정확히 어떻게 적용되는지 모른다. 우리도 협상다운 협상을 하고 싶지만 자료가 없다. 그러니 자존심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구단마다 고과를 책정하는 기준이 있지만 이를 잘 인지하는 선수가 얼마 없다는 점이 불통 요인이다. 
구단과 선수 모두 조금 더 프로다운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일본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포수 아베 신노스케는 구단에서 제시한 역대 토종야수 최고액 연봉 6억2000만엔을 거절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일본시리즈에서 부진했기에 최고 연봉은 맞지 않다"며 구단 제시액에서 스스로 낮춘 6억엔에 계약하며 '프로의 자세'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우리나라도 구단에서 고과를 조금 더 투명하게 공개하고, 선수들도 허무맹랑한 자존심 타령만 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협상다운 협상으로 서로가 납득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매년 반복되는 연봉 협상 진통 소식은 이제 정말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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