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치 못한 선전이었다.
'아홉번째 심장' NC 다이노스가 올 시즌 프로야구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지난해 2군 무대를 경험한 뒤 1년 만에 1군 리그에 승격된 NC는 시즌 초반 타 구단의 승수 쌓기 제물에 가까웠다. 시즌 개막 후 7연패의 늪에 빠지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기존 구단과의 실력차는 확연히 드러났고 잇딴 실책 속에 다 잡는 경기도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NC는 패배의 아픔을 맛보면서 조금씩 성장하기 시작했다. 4월 11일 잠실 LG전서 창단 첫 1군 승리의 기쁨을 맛보며 지긋지긋한 연패 사슬을 끊었다. 그렇다고 상승세가 이어진 건 아니었다. 분명한 건 선수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것.

그 중심에 '맏형' 이호준이 있었다. FA를 통해 SK에서 NC로 둥지를 옮긴 이호준은 공룡 군단의 분위기를 이끄는 정신적 지주였다. SK 시절 4번 타자로 활약했던 그는 올 시즌 126경기에 출장, 타율 2할7푼8리(442타수 123안타) 20홈런 87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뛰어난 실력 못지 않게 특유의 넉살 좋은 성격과 보스 기질을 바탕으로 주장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다.
NC는 20인 외 특별지명을 통해 전력을 보강했다. 원 소속 구단에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이들이 NC 유니폼으로 갈아 입은 뒤 성공의 꽃을 피운 경우도 있었다. 이재학(투수), 모창민(내야수), 김종호(외야수)가 대표적인 케이스. 이재학은 올 시즌 27차례 등판해 10승 5패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며 신인왕을 품에 안았다.
모창민은 타율 2할7푼6리(395타수 109안타) 12홈런 51타점 57득점 16도루로 선전했다. 그리고 김종호는 공룡 군단의 1번 중책을 맡으며 타율 2할7푼7리(465타수 129안타) 22타점 72득점 50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도루 부문 1위에 오르며 데뷔 첫 타이틀 획득의 기쁨을 맛보기도.
찰리 쉬렉, 에릭 해커, 아담 윌크 등 외국인 투수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찰리는 평균 자책점 1위(2.48)에 등극할 만큼 빼어난 투구를 선보였고 에릭은 승운이 따르지 않아 4승 11패(평균자책점 3.63)에 머물렀으나 투구 내용 만큼은 인상적이었다. 아담 역시 4승 8패(평균자책점 4.12)에 머물렀지만 외형상 성적 이외의 힘을 보여줬다.
'슈퍼 루키' 나성범(외야수)은 타율 2할4푼3리에 머물렀으나 14개의 아치를 쏘아 올리며 장차 공룡 군단을 대표할 거포로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고 권희동 또한 15홈런을 가동하며 코칭스태프로부터 합격점을 받았다. 올 시즌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단계 성장할 것이라는 게 야구 전문가들의 중론.
NC는 올 시즌 52승 4무 72패 승률 4할1푼9리로 7위에 올랐다. 역대 신생팀 최고 승률을 올린 1991년 쌍방울 레이더스(52승 3무 71패 승률 4할2푼5리)를 넘는데 실패했지만 내년 시즌 활약을 기대케 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우승의 주역 김경문 감독의 마법이 NC에서도 통했다고 볼 수 있다.
NC는 올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취득한 이종욱(외야수)과 손시헌(내야수)을 품에 안으며 전력을 보강했다. 아담과는 재계약을 포기했지만 찰리와 에릭은 내년에도 함께 할 예정. 올 시즌의 시행 착오를 바탕으로 한층 더 나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게 구단 내부 평가다.
▲kt, 제10번째 구단 탄생
NC의 활약에 힘입어 10번째 구단이 탄생했다. 주인공은 kt 위즈. 수원에 연고지를 둔 kt는 SK, KIA의 사령탑을 맡았던 조범현 감독을 영입했다. 선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조 감독의 지휘 속에 남해 캠프에서 혹독한 담금질에 나섰던 kt는 미국 애리조나에 캠프를 차려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신인 선수 및 타 구단 방출 선수가 대다수인 만큼 아직 미숙한 게 많지만 최근 들어 성장 속도가 눈에 띄게 빠르다. kt 역시 내년에는 2군 리그를 경험한 뒤 2015년부터 1군 무대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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