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은 한국시리즈 3연패를 달성한 뒤 "세 차례 우승 가운데 이번이 가장 힘들었다"고 털어 놓았다. 그럴 만도 했다. 외국인 선수 잔혹사와 주축 선수들의 연쇄 부상 등 잇딴 악재 속에 고비의 연속이었기에.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을 향해 뛴다는 것 자체가 험난한 길이다.
한국프로야구 역사에서 단일리그 기준으로 3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의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대체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팀들은 그 과정에서 타이트한 승부를 계속 경험하게 된다. 이로 인해 3년째에 접어들면 선수들이 피로 누적을 호소하기 마련. 또한 다른 팀들의 집중 견제에 시달리게 된다. 이른바 '레전드급 전력'으로 거론됐던 프로야구 역사상의 몇몇 팀들도 결국에는 3년째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러나 삼성은 목표를 성취했다. 물론 지난 두 시즌과 비교하면 순탄치 않았다.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삼성은 두산과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사상 첫 통합 3연패의 기적을 일궈냈다.

▲우승 DNA와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사자 군단
야구는 대표적인 멘탈 스포츠.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은 우승을 향한 자신감이 가득하다. 선수들마다 "우리의 목표는 4강 진출이 아닌 우승"이라고 힘줘 말한다.
시즌 초반 투수 신용운이 "우승 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동료들에게 말했다. 동료 투수들의 반응은 단순명료했다. "응, 우리 팀에 있으면 우승 경험할 수 있어." 분명히,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은 오랜 기간 팀에 녹아든 자부심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 때론 팬들에게도 전파된다. 라이온즈 팬들은 '삼성 라이온즈+자부심'의 의미로 '삼부심'이란 신조어를 쓰기도 한다.
이같은 자신감은 위기에서 팀을 움직이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지난달 14일 삼성 라이온즈는 한화에게 패하며 1위 LG와의 간격이 2.5게임차로 벌어졌다. 15경기만을 남겨놓은 상황이라 '이제 삼성이 재역전하는 건 어렵겠다'는 얘기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동요하지 않았다. 삼성은 이튿날부터 거짓말처럼 8연승을 달리며 1위 탈환에 성공했다.
8연승후 3연패로 잠시 주춤한 시기도 있었다. 잔여경기 경우의 수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삼성 라이온즈 내부에서는 "체육 시간엔 체육을 하자. 산수를 하지 말고"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다. 경우의 수를 따질 필요 없이 어떻게든 매경기 최선을 다해 승리하면서 자력으로 우승을 확정짓자는 의미였다.
▲이보다 짜릿할 수 없다, 역대 최고의 KS
삼성의 우승은 지난 2년과 달리 벼랑끝까지 몰린 상태에서 승부를 뒤집었기에 더욱 극적이었다. 2011~2012년 한국시리즈에서는 SK 상대로 각각 4승1패-4승2패로 비교적 여유있게 우승했지만, 올해는 두산의 기세에 말리며 최종 7차전까지 치러야 했다.
특히 삼성은 1~2차전 대구 홈에서의 불의의 연패를 당한 뒤 3차전에서 첫승을 올렸으나 4차전마저 패하며 1승3패로 벼랑 끝까지 내몰렸다. 프로야구 사상 첫 정규시즌 4위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가 싶었다. 이미 시리즈 분위기는 두산으로 넘어가 있었다.
하지만 삼성에는 '우승 DNA'가 있었다. 위기에도 흔들림 없이 극복할수 있는 저력이 삼성에 있었다. 특히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몰랐던 5차전에서 7회까지 5-5 팽팽한 승부를 벌였지만 8회 정병곤의 페이크번트 이후 안타에 이어 박한이의 결승 2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기사회생했다.
대구 6차전에서 6회초까지 1-2로 뒤졌지만 6~7회 홈런 두방으로 5득점을 폭발시키며 역전승했다. 최종 7차전에서도 5회초까지 1-2로 리드를 당했지만 5회 이승엽의 한국시리즈 첫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뒤 6회에만 대거 5득점을 폭발시키며 승리했다. 마지막 2경기 모두 역전승으로 장식했다.
삼성은 21세기 이후에만 무려 6번째 페넌트레이스·한국시리즈 통합우승으로 최다우승팀으로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젊은 선수든 베테랑 선수든 가리지 않고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하고, 우승의 맛을 잘 알고 있다.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고 하나로 결집한 응집력. 이것이 바로 삼성의 힘이었다.
▲'3연패 달성' 삼성 이제부터 시작이다
삼성은 사상 첫 통합 3연패를 달성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앞으로도 쉽게 깨지지 않을 듯. 삼성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지난 9년간 삼성 뒷문을 지켰던 오승환이 일본 한신 유니폼을 입게 됐다. 안지만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마운드의 전력 약화가 우려되는 게 사실.
안지만이 오승환의 공백을 메우더라도 그동안 안지만이 지켰던 자리는 누가 메울까 하는 게 최대 변수. 또한 1번 중책을 맡았던 배영섭이 경찰청에 입대했다. 배영섭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 또한 당면 과제다. 여러모로 채워야 할 부분이 많은 게 사실. 반면 올해와는 달리 4강 후보로 거론되는 타 구단의 전력도 강해졌다. 류중일호 2기를 맞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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