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또 다른 이름은 '배려'였다. 하지만 때로는 배려가 사랑을 끝내는 작용을 하기도 했다. 배려 속에 감춰진 진심이 곪고 곪아서 결국 이별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27일 오후 방송된 케이블채널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 20회에서는 성나정(고아라 분)과 쓰레기(정우 분)의 이별 이유가 밝혀졌다. 또 변함없이 나정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던 칠봉이(유연석 분) 역시 나정의 마음을 배려해 이별을 선택했다.
쓰레기는 우연히 병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나정을 만난 후, 먼저 전화를 걸어 시간을 내줄 것을 부탁했다. 두 사람은 어색함 속에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그러던 중 두 사람이 헤어진 이유가 밝혀졌다. 나정은 직장 문제로 쓰레기와의 결혼을 미루고 호주로 갔고, 그곳에서도 두 사람은 한동안 서로에게 의지하며 특별한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두 사람의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20년 동안 친남매처럼 지낸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의 오빠와 동생이었고, 쓰레기는 나정이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내내 서로에게 미안하고 고마웠으며, 서로를 배려했다. 쓰레기는 나정이 힘들어할 것을 배려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도 하지 않았고, 서로에게 솔직하게 힘들다는 말을 하지 못한 두 사람은 결국 이별을 맞게 됐다.
나정은 "우리는 결국 서로에 대한 배려만 남은 채 정작 자신들의 상처는 기댈 곳 없이 곪아가고만 있었고, 평범한 연인보다 못한 상태가 돼 가고 있었다. '사랑한다'는 말조차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채 전혀 특별하지 않게 헤어져버렸다"는 내레이션으로 헤어짐의 이유를 설명했다.
쓰레기와 나정이 만난 후 칠봉이는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칠봉이는 나정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야근하는 나정을 찾아가 케이크를 선물하는 등 자상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나정은 그런 칠봉이가 어깨를 다쳐 병원에 입원하자 제일 먼저 병문안을 갔다. 칠봉이는 나정에게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며 매일 문병와줄 것을 부탁했고, 나정 역시 칠봉의 청을 들어줬다.
하지만 그러던 중 나정과 칠봉이는 쓰레기가 감기로 많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칠봉이는 쓰레기를 걱정하는 듯 밤늦게 병실 밖에 앉아 있는 나정을 보면 고민에 빠졌다. 특히 나정이 쓰레기와 병원 엘리베이터 앞에서 만난 후 줄곧 계단만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결국 나정의 마음을 배려해 그를 떠날 것을 결심했다. 칠봉이는 나정이에게는 어깨 부상이 완쾌됐다고 말을 한 후 홀로 퇴원했고, 곧 그가 선수생활을 하고 있는 미국으로 돌아갔다.
결국 칠봉이와 나정의 첫사랑은 모두 서로에 대한 배려로 '끝'이 나버렸다. 쓰레기도 마찬가지. 상대방을 힘들게 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는 것보다 배려하는 것을 택했지만 이는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배려가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쓰레기와 나정, 칠봉의 배려는 그들의 지독하고 특별한 사랑에서 나온 것. 그동안 삼각 러브라인을 형성해오던 세 사람이 서로에 대한 배려로 이별을 하게 된 가운데, 나정의 남편은 누가 될 것인지 더욱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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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