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그리고 스캇 보라스에게 박찬호(40)의 이름은 어떤 의미일까.
추신수는 28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 홈구장인 알링턴 파크에서 입단식을 가졌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추신수를 놓고 메이저리그 여러 구단이 경쟁을 벌였고, 텍사스는 7년 총액 1억3000만 달러(약 1371억 원)를 제시해 추신수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이미 추신수는 27일 신체검사를 무사히 통과해 텍사스 입단을 사실상 확정지은 상황이었다.
이날 입단식에는 추신수와 텍사스 존 대니얼스 단장, 론 워싱턴 감독, 그리고 스캇 보라스가 함께했다. 보라스는 추신수 바로 옆에 앉아 입단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추신수의 입단 소감, 그리고 대니얼스 단장의 영입 소감이 끝난 뒤 현지 기자들의 질문이 시작됐다. 한 기자는 추신수에게 "텍사스로 이적하는 데 특별히 조언을 구한 사람이 있었나. 예를 들면 박찬호라든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 순간 대니얼스 단장, 그리고 보라스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텍사스에게 박찬호는 아픈 기억이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01년,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훌륭한 성적을 거두고 FA 시장에 나왔다. 당시 에이전트는 보라스, 그는 "박찬호와 같은 투수를 FA로 영입할 수 있는 기회는 앞으로 없을 것"이라면서 적극 홍보에 나섰다. 그리고 마운드 보강에 골몰하던 텍사스는 박찬호에게 5년 6500만 달러를 안겨주며 영입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박찬호는 허리부상으로 인해 텍사스에서 4년 동안 22승을 올리는데 그쳤다. 텍사스는 거액의 투자가 실패로 돌아갔고, 보라스 역시 박찬호의 부진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이후 박찬호는 2007년 보라스를 해고하며 그와의 인연을 정리했다.
대니얼스 단장은 FA 선수에게 장기계약을 잘 해주지 않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신수에게 7년이라는 조건을 제시한 건 그 만큼 절실했기 때문이다. 모처럼 거액을 투자한 선수의 입단식에서 과거 실패사례가 거론됐으니 마음이 편했을리 없다.
추신수는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질문을 현명하게 피해갔다. 그는 "보라스 외에 따로 조언을 구하지 않았다. 텍사스는 2년 연속 월드시리즈도 나갔고, 팜(유망주 자원을 일컫는 말)도 강하기 때문에 선택했을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