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나혼자산다’, 외롭고 부족하면 어때? 안방 위로 예능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12.28 08: 51

영어 좀 못한다고 해서 여행 못 다니는 것도 아니며, 크리스마스에 나홀로 지낸다고 해서 불쌍한 것도 아니었다. 완벽한 초콜릿 복근을 갖기 위해서는 연예인도 죽어라고 걸어 다니고 입에 단내 날 정도로 운동해야 한다는 진리를 보여준 방송.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연예인도 우리와 같은 보통의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을 위로했다.
‘나 혼자 산다’는 지난 27일 방송에서 이탈리아 로마로 혼자 여행을 간 김광규, 밀라노 패션쇼 도전을 위해 곡기를 끊고 운동에 매진하는 노홍철, 크리스마스에 연인 없이 뒹굴뒹굴 굴러다니는 전현무와 데프콘의 모습을 담았다.
혼자 사는 스타들의 일상을 담은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무기는 정서적인 공감.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바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울적한 시청자들의 마음 한 켠을 대변하듯 연예인들의 하루는 활기 넘치면서도 애잔해 공감대를 자극했다.

비록 의사소통에 심각한 문제가 있지만 엉터리 영어로도 로마 곳곳을 누비는 김광규와 패션쇼에 오르겠다는 의지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운동을 하는 노홍철, 크리스마스에 밖에 나가서 돌아다니는 일은 무모하다고 주장하는 데프콘의 설파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친근함이 가득했다.
김광규는 기껏 로마까지 와서 컵라면에 소주를 곁들인 후 잠에 들었지만, 특유의 넉살로 부족한 영어실력으로도 로마 여행을 즐기며 소소한 행복을 찾는 일은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비록 개의 배설물을 밟아 인상을 찌푸리는 모습은 안타까웠고, 대화가 통하지 않아 답답함을 넘어 눈물 짓기 일보 직전까지로 비쳐졌지만 나홀로 여행을 떠나 용기 있게 해쳐나가는 모습은 호감도를 높였다.
노홍철 역시 피트니스 클럽에서 하는 운동이 지루하다며, 특유의 친화력으로 과거 장사를 통해 인연을 맺었던 동대문 상인들을 찾아다니며 생활 속 운동을 하는 지혜를 뽐냈다. 사실 연예인들이 살을 뺐다거나 근육을 키워 확 달라진 모습을 공개할 때마다, 값비싼 돈을 지불하며 편하게 운동을 할 것이라는 오해 섞인 시선이 존재한다. 하지만 노홍철은 이 같은 일부의 오해를 확 날릴 수 있는 생고생기 다이어트로 시청자들을 애잔하게 했다.
크리스마스 당일 친구가 운영하는 펜션에서 열애설이 났던 심이영의 공개 연인 선언을 씁쓸하게 지켜본 전현무나, 인파가 북적이는 거리에 나가는 것을 꺼리며 나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데프콘의 모습 역시 어디선가 봤을 법한 친근한 매력이 느껴졌다.
이날 ‘나 혼자 산다’ 속 스타들의 모습은 어딘가 외로워 보이기도 하고,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 짠하기도 했지만 시청자들의 일상과 맞닿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각박하게 살아가는 현실을 대변하면서도, 스타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은 안방극장을 위로하는 듯한 충만한 즐거움이 있다.
jmpyo@osen.co.kr
'나 혼자 산다'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