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벌누나 이미연-삼룡이 이승기, '꽃누나' 보는 쾌감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12.28 13: 40

이슬만 먹고 사는 까칠한 여배우와 구름 팬을 거느린 엄친아가 있다. 광고 속에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늘 아름답고 매력적인 사람들. 때문에 '저 여자도 부족한 게 있을까', '저 청년이 못하는 게 있을까' 싶었다면 오산. 화려한 여배우도 여행을 할 땐 단벌 패션이고 완벽한 엄친아도 이국땅에선 실수연발 삼룡이가 될 수 있다.
tvN 배낭여행 프로젝트 '꽃보다 누나'(이하 꽃누나)가 막내 멤버 이미연과 짐꾼 이승기를 다시 보게 만들며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작품이나 언론을 통해 부풀려진 판타지와 떠도는 소문 속에 만들어진 선입견을 떨치고 오롯이 자연인으로 바라본 두 사람은 생각 이상으로 인간적이고 기대 이상으로 사랑스럽다. 유명 연예인 이전에 보통의 사람으로서 새롭고 한층 매력적인 이들이다.
27일 방송된 '꽃누나'에서는 여행 닷새 만에 처음으로 옷을 갈아입고 새로운 패션을 선보인 이미연의 사연이 눈길을 붙잡았다. 그는 출국 당시 공항에서부터 선보인 흰색 패딩 조끼와 스키니진으로 방송 4회 내내 화제가 됐다. 오죽하면 '이미연 단벌패션'이 포털 검색어를 접수했고 흰색 패딩 조끼와 푸른색 가죽 백팩이 완판 아이템으로 떠올랐을 정도. 그러던 중 여행 닷새째를 그린 5회에서 드디어 조끼를 벗어던지고 멋스러운 니트와 청바지를 매치한 이미연이 등장한 것이다.

윤여정 김자옥 김희애 등이 줄줄이 옷을 갈아입는 가운데서 유독 조끼와 백팩, 스키니진을 고수(?)한 그가 오히려 더 특별해 보이던 참이다. 여배우는 실생활에서도 럭셔리한 패션을 고집하고 유난을 떨 것이란 선입견을 가진 이들에게 이미연은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날 역시 이미연은 옷을 갈아입긴 했지만 헝클어진 머리와 자연스러운 민낯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그리고 또 씩씩하게 거리를 누비고 궂은 일에 앞장 서는 모습이 돋보였다. 그저 여행이 잘 굴러가기를, 선배들이 편안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단벌 패션에 녹아 있는 것만 같다.
그런가 하면 이승기는 '짐짝'에서 '짐꾼'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만들었다. 그간 숱한 예능을 통해 만났던 이승기는 재주 많고 똑똑한 엄친아였다. 머리가 비상하고 예능감과 처세술이 출중해 '1박2일'은 물론 여러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그다.
그러나 '꽃누나'에서 그는 처음으로 굴욕을 맛보고 깨지고 좌절해야 했다. 엄친아 타이틀은 박탈당했고 '짐승기'란 별명이 새로 붙었다. 여기저기 실수를 연발했고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어린 청춘이 가엾기까지 했다. 어딘가 애매한 영어 실력에 길눈도 어두웠고 누나들을 보필하는 센스도 부족했다. 여행 첫날부터 누나들의 속을 끓이고 핀잔을 한 몸에 받던 이승기는 그러나 하루가 더할수록 조금씩 달라졌다.
닷새째엔 렌트카를 무사히 빌려 몇 시간씩 운전을 해 다음 여행지로 이동을 했고 저렴하면서도 쾌적한 숙소를 찾아내 누나들을 즐겁게 했다. 중간에 숙소를 찾는 데 급급해 누나들을 길거리에 방치한 실수(?)가 있었지만 이쯤은 귀엽게 넘어갈만한 에피소드. 여행 첫날의 이승기와 중반의 이승기를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이는 모두 이승기의 꼼꼼한 준비 정신과 철저한 학습이 만들어낸 결과다. 그는 전날 잠을 설쳐가며 휴대폰 인터넷으로 다음 여행을 계획하고 일명 '순수 노트'에 부지런히 기록하면서 발전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꽃누나'는 크로아티아 구석구석의 장관을 구경하는 재미도 주지만 이렇게 TV 속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던 이들의 숨은 매력과 원초적 인간미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안긴다. '꽃누나'가 아니었다면 '단벌패션' 이미연과 '삼룡이' 이승기를 우리는 평생 모르고 지나쳤을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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