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203cm), 장민익(207cm), 크리스 볼스태드(207cm). 키만 봐서는 농구 선수단 명단처럼 느껴지지만 이들은 모두 야구선수다. 게다가 모두 투수다.
두산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우완투수 볼스태드의 영입을 확정, 발표했다. 큰 키에 정교한 제구력을 갖춘 투수라는 것이 두산 구단의 설명이다. 특히 볼스태드는 싱커 구사에 능하며 투심,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해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할 가능성이 높은 유형의 투수다.
볼스태드는 2006년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 2008년 빅리그에 데뷔했다. 메이저리그 첫 해 6승 4패 평균자책점 2.88로 빼어난 호투를 보여줬고, 2010년에는 12승 9패로 두 자릿수 승리를 올렸지만 평균자책점이 4.58까지 치솟았다. 이후 시카고 컵스와 콜로라도 로키스를 전전했찌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은 35승 51패 평균자책점 4.94다.

메이저리그 경력만큼 볼스테드에게 돋보이는 건 바로 신장이다. 207cm인 볼스테드는 종전 국내 최장신 선수였던 장민익과 신장이 같다. 게다가 같은 팀인 니퍼트까지 더하면 두산은 무려 세 명의 투수가 키가 2m가 넘는다. 말 그대로 세 개의 탑이 마운드에서 버티는 격이다. 볼스테드의 입단과 니퍼트의 재계약, 그리고 장민익의 복귀로 두산은 2014년 세 명의 투수가 모두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투수의 키는 크면 클수록 유리하다. 높은 곳에서 공을 던지면 그만큼 공의 구위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야구에서는 마운드 높이를 조정함으로써 투수와 타자 사이에 균형을 맞춘다. 1999년 한국 프로야구에서 기록적인 타고투저 현상이 나타나자 2000년 부터는 마운드 높이를 10인치(약 25.4cm)에서 13인치(약 33cm)로 높였다. 덕분에 경기당 홈런수도 2.4개에서 2.1개로 줄어들었고, 리그 평균자책점도 4.98에서 4.64까지 떨어졌다.
단 3인치(약 7.6cm)의 차이에도 리그 전체의 흐름이 바뀔 정도로 마운드의 높이가 주는 영향은 크다. 그런데 신장이 2m가 넘는 선수들은 보통 선수들보다 20cm, 즉 8인치 가까이 이득을 본다. 한 마디로 키 덕분에 마운드가 높아지는 효과를 보는 셈이다.
물론 키가 큰 투수가 이득을 보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있다. 1군에서 통할만한 기량을 갖춰야만 한다. 키가 큰 선수들은 몸의 균형을 잡는 데 불리한 여건을 갖고 있다. 투구는 신체조건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밸런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니퍼트가 3년 동안 한국 프로야구에서 활약할 수 있었던 건 키가 크기 때문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기량을 갖췄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기량이 검증된 니퍼트, 그리고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한 볼스태드, 여기에 장민익까지 더해 두산은 '세 개의 탑'을 마운드에 쌓게 됐다. 세 명의 키를 합치면 617cm, 장민익이 만약 선발진에 합류한다면 두산은 역대 가장 '높은' 마운드를 쌓게 된다. 두산의 높아진 마운드가 2014 프로야구에 더욱 흥미를 더해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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