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쓸친소’는 생각보다 떠들썩하지 않았다. 다만 쓸쓸한 이들이 모여 진짜 쓸쓸한 이웃들에게 사랑을 전한다는 감동이 있었다. 불우이웃을 돕는데 거창하게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한 세심한 흔적은 감동 지수를 높였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지난 28일 방송된 ‘쓸쓸한 친구를 소개합니다’(쓸친소) 특집의 마무리를 불우이웃을 위한 연탄 배달이라는 반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날 ‘쓸친소’는 스타들의 애장품을 경매에 올려 자진해서 돈을 기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별 것 아닌 애장품에 기분 좋은 거품이 가득 낀 것은 당연했다.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기부행사에 스타들은 지갑을 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일부러 많은 돈을 쓰는 바람에 울먹이는 상황극을 펼친 조세호나 박명수, 길 등의 활약이 컸다. 이들은 겉으로 ‘억지 기부 천사’ 현실에 갑갑해 했지만, 선행하는 데 있어서 행복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그리고 지상렬이 ‘쓸친소’ MVP가 된 후 진짜 이야기가 시작됐다. 예능 스타를 발굴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시작한 특집이었기에 다소 심심한 마무리였다. 그런데 반전이 펼쳐졌다.
‘무한도전’ 멤버들은 ‘쓸친소’ 특집에 출연했던 게스트들에게 전화를 걸어 돈을 걷어내기 시작했다. 다들 아침 댓바람부터 걸려온 전화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이들은 기부 이행을 했고, 천여만 원의 돈은 연탄을 구매하는데 쓰였다.
그리고 멤버들은 게스트들과 함께 야밤에 연탄을 배달했다. 전화 한번에 달려온 스타들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미소가 한가득했다. 스타들이 좋은 취지에 동참하고, 구슬땀을 흘리며 연탄을 배달하는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었다.
지난 해 ‘못생긴 친구를 소개합니다’(못친소) 특집을 통해 예능 유망주 조정치를 발굴했던 이 프로그램이 또 한번 게스트들을 한데 모았을 때 대부분은 웃음만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 해와 달리 눈에 띄는 스타들을 발굴할 만한 장치는 없었다. 오히려 스타들의 기부 의지를 볼 수 있는 애장품 기부 시간이 상당 부분 할애됐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모인 돈을 남몰래 불우이웃을 돕는데 활용하며 감동과 웃음을 모두 놓치지 않은 연말 특집이 완성됐다.
다른 프로그램이라면 연탄을 배달하는 과정만으로도 1회 방송으로 만들 수 있었지만 연탄 배달 모습은 고작 1분도 전파를 타지 않았다. 기부 금액과 어디에 활용됐는지 자막을 통해 짤막하게 전달했을 뿐이었다. 거창한 불우이웃돕기도 일부러 거창하지 않게 포장하는 구성을 보였다. 웃음을 안기는 프로그램이고, 그동안 워낙 쓸쓸하고 어려운 이들의 손을 많이 잡았던 프로그램이기에 이 같은 의도된 짧은 구성은 더욱 진정성이 느껴졌다.
연말에 소외된 이웃을 챙긴 ‘쓸친소’ 특집의 진심이 여기에 있었다. 공익성 예능이 빠지기 쉬운 ‘감동을 웃음거리로 역이용 한다’는 오해의 시선도 비켜나갈 수 있었다. ‘쓸친소’는 3주간의 방송을 끝마쳤다. 기대했던 예능 스타는 탄생하지 않았고, ‘못친소’에 비해 웃음 장치가 약했다. 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감동을 안겼다. 이들이 있어서 안방극장이 2013 마지막을 훈훈하게 마무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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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