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응사'라 쓰고 '청춘 바이블'이라 읽는다
OSEN 윤가이 기자
발행 2013.12.29 07: 57

우리들의 청춘엔 마침표가 없다. 1994년, X세대도와 신인류가 거리를 활보했다면 2013년에도 지금을 사는 핏덩이들이 존재한다. 어느 시대에나 찬란한 청춘은 있다. 또 많은 것이 낯설고 작은 것이 서럽고 의외의 것이 행복하던 그 계절은 우리들의 인생에서 꽤 긴 단락을 이루고 있다.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지난 28일 21회를 끝으로 막 내렸다. 최종회에서는 성나정(고아라 분)과 쓰레기(김재준, 정우 분) 부부의 현재와 이들을 둘러싼 신촌 하숙집 식구들의 모습이 훈훈하게 그려지며 시청자들의 응답을 불렀다.
많은 이들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성나정 남편의 정체는 결국 쓰레기(김재준)였고 2013년 두 사람은 세 아이의 부모가 되어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 또 과거(2000년) 쓰레기에 대한 성나정의 일편단심을 알고 애써 자신의 짝사랑을 끝냈던 칠봉(김선준, 유연석 분) 또한 현재 또 다른 사랑을 만나 결혼을 하고 메이저 리그를 대신 서울 쌍둥이에서 활약하는 중이다. 청춘의 계절, 치열했던 삼각관계로 얽혔던 세 사람은 내일 모레면 마흔이 되는 2013년 연말, 누구보다 끈끈하고 소중한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이 밖에 삼천포(김성균 분)-조윤진(도희 분) 부부의 결혼 생활은 여전히 알콩달콩하고 해태(손호준 분) 역시 첫사랑 애정과 신혼 생활을 만끽하고 있다. 빙그레(바로 분) 역시 대학 시절 연인인 윤진이(윤진이 분)와 가정을 이뤘다. 신촌 하숙집 식구들은 그렇게 각자의 직업을 갖고 가정을 꾸리고 우정을 이어가며 사람 냄새 물씬한 인생을 살고 있다.
대단원의 막을 내린 '응답하라 1994'는 1994년 X세대들의 사랑과 우정, 인생에 대한 고민 등을 다양하게 다뤄내며 끝까지 진한 여운을 남겼다. '성나정의 남편 찾기'라는 소주제가 초반 흥미 몰이에 성공했지만 사실상 이 작품의 화두는 멜로에서 나아가 '인간' 그 자체에 있었다.
첫사랑과 짝사랑, 흔한 청춘들의 당연한 고민부터 취업, 직장, 진로, 가정사, 그리고 관계에 대한 여러 가지 고민과 해법들이 총망라된 바이블. 드라마는 곧 '청춘 바이블'이나 다름 없었다. 1994년도의 유행가들이 낯설고 '콤비콜라'를 맛보지 못한 2013년의 청춘들까지도 '응답하라 1994'에 열광하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시대와 상관없이 청춘들을 관통하는 그들만의 감성과 이성을 녹여냈기 때문이다.
소주 몇병으로 소독하는 씁쓸한 실연의 상처, 경제 악화로 어려워진 가정 형편이 준 낯선 고통, 전공이 맞지 않아 엄습하는 진로의 혼란, 그리고 선배와 후배, 친구와의 엉망진창 관계가 던지는 숙제 등 청춘이란 늘 이리 저리 아프고 시끄럽고 복잡하다.
그래서'응답하라 1994'는 지금은 마흔 살을 바라보는 1994학번들의 청춘 일기를 적나라하게 그리고 따뜻히 보듬으면서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듣는 음악은 달라도 보는 드라마가 달라도 청춘들에게 주어지는 고민은 과거나 지금이나 한 맥락이기 때문이다.     
2013년, 현실을 살고 있는 쓰레기는 어디 있을까. 오늘의 성나정은 누구를 서럽게 짝사랑할까. 또 어떤 삼천포가 서울이 낯설어 베갯잇을 적시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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