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 뛰겠다는 굳은 각오를 드러낸 추신수(31)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이 자신에게 원하는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그 종착역에 생애 첫 개인 타이틀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득점왕이 그 구체적인 대상이다.
28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입단식을 체결한 추신수는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포부를 숨김없이 드러냈다. 그리고 텍사스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추신수의 몫이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텍사스는 올해 팀의 문제점이었던 리드오프 문제를 해결하고자 추신수에 7년 1억3000만 달러(약 1380억 원)이라는 거금을 썼다. 많은 돈을 받는 만큼 분명 어깨는 무겁다고 할 수 있다.
텍사스는 추신수를 1번 타자로 활용할 것이 확실시된다. 또 하나의 포지션으로 예상되는 3번에는 다른 대안이 있지만 1번은 마땅한 선수가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득점왕 레이스에도 다시 뛰어들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섣부른 예상 같지만 올해 기록과 내년 전망을 모두 고려하면 결코 허황된 목표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올해 154경기에 뛴 추신수는 총 107득점을 기록했다. 100득점 이상을 기록한 메이저리그(MLB) 9명의 선수 중 하나이자 맷 카펜터(세인트루이스, 126득점), 그리고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 109득점)에 이은 3위 기록이었다. 나란히 157경기에 뛴 카펜터와 트라웃의 타율은 모두 3할 이상으로 추신수(.285)보다 높았지만 출루율에서는 추신수가 타율의 격차를 상당 부분 만회했거나 오히려 더 높았다.
추신수가 이 정도 출루율을 이어갈 수 있다면 득점왕 타이틀에 다시 한 번 도전해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팀 동료들의 지원사격이 뛰어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시내티 시절 추신수의 뒤에 위치했던 조이 보토, 브랜든 필립스, 제이 브루스의 중심타선도 뛰어났지만 텍사스의 중심타선도 만만치 않다. 프린스 필더, 아드리안 벨트레라는 중량감 있는 선수들이 대기한다.
밀워키 시절이었던 2009년 141타점을 기록하기도 했던 필더는 최근 3년 연속 100타점 이상을 기록하며 찬스에서 강한 면모를 선보였다. 비교적 부진했다는 올해에도 106타점을 기록했다. 잔부상이 많지 않은 선수라는 점도 기대를 걸 수 있다. 벨트레는 올해 92타점을 기록하며 팀 내 최다 타점을 기록했다.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최근 3~4년간의 성적에도 기복이 크지 않았다는 점도 기대할 수 있다.
2번 타자가 신시내티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점도 기대요소다. 신시내티의 올해 2번 타자 타율은 2할2푼8리, 출루율은 2할8푼1리에 그쳤다. 타율은 리그 19위였다. 추신수가 출루를 해도 좀처럼 진루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텍사스의 올해 2번 타자 타율은 2할5푼8리(리그 9위)로 사정이 한결 나았다.
추신수의 뒤를 받칠 것으로 전망되는 엘비스 앤드루스는 올해 2할7푼1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출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지만 적어도 방망이에서는 올해 신시내티의 2번 타자들보다 더 뛰어난 선수다. 추신수가 올해처럼 살아만 나간다면 충분히 더 많이 득점을 올릴 수 있는 여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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