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멎게한 이정재의 등장..최고의 OO신 [영화계 결산]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3.12.29 08: 00

총 8편의 한국영화가 관객 500만명을 넘게 동원했고, 이어 '변호인'까지 현재 대기 중인 2013년 영화계. 처음으로 2억 관객을 돌파한 극장가인 만큼 그 안에서 한국영화 역시 다양한 작품들로 관객들을 만났다. 올 해 관객들을 숨멎게했던 '그 장면'들도 흥행에 한 몫했다. 
# 최고의 등장신- 이정재가 들어오는 순간 흥행을 예감했다
'관상'에서 수양대군으로 분한 이정재의 첫 등장은 모든 관객들의 숨죽이게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깔(?) 다른 의상, 당당한 그의 몸짓을 신화적으로 만들어주는 슬로우 모션. 여기에 클로즈 업으로 집중된 이목구비. 이에 더해진 송강호의 내레이션 "남의 약점인 목을 잡아 뜯고, 절대로 놔주지 않는 잔인무도한 이리 이자가 진정 역적의 상이다". 이정재의 카리스마는 여성들에게는 섹시함으로 다가왔다. 이 장면이 없었다면 '관상'은 평범한 사극 드라마에 머물렀을 지도 모른다.

# 최고의 결투신- 황정민의 '드루와' 디스곡들의 원형이 되다
황정민에게는 '정청'이란 캐릭터가 있었던 한 해였다. 특히 영화 '올드보이' 장도리 격투신에 비견하기도 하는 주차장 엘리베이터 신은 '신세계'에서 회심의 장면으로 꼽혔다.
주차장 엘리베이터신은 조직의 2인자 정청 역의 황정민이 1인자의 자리를 두고 그와 대결을 벌이는 이중구(박성웅)의 패거리들에게 습격을 받으면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으로 잔혹하지만 영화적으로는 아름다움까지 느끼게 해 줬다. 피 때문에 배우들이 미끄러지고 엉켜서 액션의 합이 망가지고  탄생한, 마치 애벌레같기도 했던 독특한 장면이다. 여기에 이정재를 향한 '어이~ 브라더'와 이 엘리베이터신에서 내뱉은 대사 "드루와 드루와"(모든 걸 맞겠다는 의미)는 나중에 디스전이 펼쳐졌던 힙합신에서 패러디되기도 했다.
# 최고의 먹방신- 하정우는 죽은 먹방도 살린다
 
올해 화제가 된 '먹방'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예능에서 탄생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하정우가 이 먹방에 불을 지핀 사람이다. 영화 '황해'에서 그가 선보인 찰진 먹방이 화제를 모았고, 이는 '베를린'에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막상 '베를린'에는 하정우의 먹는 장면이 없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의 아쉬움을 샀다.
하지만 하정우는 '죽은' 먹방도 살려냈다. 류승완 감독에 따르면 하정우가 바게트 빵에 잼을 발라 먹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가 맡은 캐릭터가 음식도 외롭게 먹어야 하기에 고심 끝에 결국 편집을 했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이 쇄도하고 영화가 300만명을 돌파하자 흥행하자 제작배급사 측은 편집된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의 본편에서는 편집 영상으로 하정우가 바게트를 먹는 장면, 빵에 잼을 발라 먹는 장면, 아침밥을 먹는 장면 등이 포함됐다. 하정우의 심각한 표정과는 달리 보는 이들이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게 먹는 상반된 모습은 역시 그가 먹방의 제왕임을 입증했다.
# 최고의 오열신 - 류승룡, 손예진, 그리고 전도연의 눈물에 나도 울었다
올해 최고의 오열을 보여준 이들은 류승룡, 손예진, 전도연을 꼽을 수 있다. 우선 류승룡은 올해 '천만의 기적'을 보여준 '7번방의 선물'에서 6살 지능의 '딸 바보' 용구로 분해 관객들의 마음을 움켜잡았다. 영화의 마지막, 딸 예승(갈소원)을 부르며 오열하는 그의 모습은 절절한 부성애 그 자체였다.
'공범'의 손예진은 섬세한 눈물 연기로 주목할 만 했다. 극 중 가족과 정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다은이란 캐릭터로 분해 아빠를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심리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남자친구와 술을 마시며 아빠에 대한 미안함이 섞인 복잡한 심경을 토로하며 오열하는 신이나 아빠가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는 것을 알고도 부정하고 싶은 대사 "아빠 맞지?"를 뱉으며 눈물을 삼키는 그는 남다른 감성 연기를 펼쳐내 영화를 흥행으로 이끌었다.
'집으로 가는 길'의 전도연은 그가 왜 한국영화계 여배우 중 독보적인 존재인가를 여실하게 느끼게 해 준다. 대서양 건너 외딴 섬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되게 된 정연(전도연 분)이 양손에 수갑을 찬 채 교도관에 끌려가며 오열하는 장면, 판사를 향해 소리치며 절규하는 모습, 남편 종배(고수 분)와 통화하며 감정이 복받쳐 오른 순간을 담아낸 영화는 전도연으로 인해 완성될 수 있는 작품이었다. 
# 최고의 탈출신 - 공유의 탈출 액션 CG인 줄 알았다
'용의자' 속 공유의 교수대 신. 한국영화에서 시도한 적 없는 카 체이싱 장면, 한강에서 투신하는 장면 등이 화제를 모았지만, 이 영화를 그저 그런 액션 영화와는 차별되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장면은 단연 교수대 신이다. 지동철이 교수형을 당할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 이를 탈출하는 모습. 이 장면에서 객석은 탄성으로 가득찬다. 그 모습이 눈으로 믿기 힘든 나머지 웃지 못할 'CG설'이 돌았다.
하지만 공유의 어깨 뼈가 튀어나온 거만 CG란다. 공유는 "동철이라는 인물은 섬세한 근육 하나하나를 통해 연기해야 했죠. 보여주기 위해 만든 몸이 아니에요. 말이 없는 대신 몸으로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어요"라고 말했다. 실제로도 그런 상황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한다. 유연성으로 팔을 앞으로 돌릴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하지만 공유가 분한 동철에게는 그런  유연성 보다는 최고 극한의 상황에서 고도의 훈련된 몸으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게 맞았다. 어깨의 탈골을 참아내며 극한의 고통을 이겨내는 것. 자기 살, 뼈를 깎는 듯한 그 고통 마저도 이겨내며 위기의 순간을 극복한다는 동철의 감정과 의지가 담겨 있는 장면이다. 공유 스스로도 이 교수대 신을 꽤 만족하는 장면으로 꼽았다.
# 그리고 최고의 흥행신 - 송강호의 흥행은 사이즈가 달랐다
송강호는 올해 극장가의 10%의 지분을 가졌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자타공인 흥행신이었다. 
'설국열차'(934만여명)와 '관상'(913만명)으로 1847만명을 동원한 데 이어, '변호인'이 28일까지 430만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올해 주연으로 출연한 이 세 편의 영화로 3연타를 쳤고, 관객 2000만명을 넘게 모았다. 전혀 다른 캐릭터로 한국 대표 연기파배우로서 본인의 이름값을 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nyc@osen.co.kr
각 영화 스틸컷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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