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사 효과②] tvN의 자신감 "하이브리드-영역파괴-시즌제 통했다" 자평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12.29 14: 12

'끝났지만 끝난게 아니다'…tvN의 도약
시청자의 격한 공감대를 자아냈던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종영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던 칠봉(유연석 분)이의 대사처럼 끝도 없이 이어질 것만 같았던 '나정의 남편 찾기'도 결국 방영 11주만에 끝이 났다.
반면 이 금쪽같던 콘텐츠를 시청자에게 선보였던 tvN의 입장은 그야말로 '끝났지만 끝난 게 아닌' 상태. '응답하라 1994'의 흥행에 힘입어 2014년 한 해 더 효율적이고 공격적인 패를 내놓을 수 있는 입장이 됐기 때문이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tvN에 질 좋은 거름 역할을 제대로 해낸 셈이다. 이에 OSEN은 tvN 이덕재 상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를 제대로 짚어봤다.

# tvN DNA, '응답'과 결합해 시너지 大폭발
tvN 내부에서는 'tvN DNA'라는 단어가 종종 사용되곤 한다. 이는 CJ E&M이 내세우는 기업의 대표가치인 CJ WAY의 '최초(First), 최고(Best), 차별화(Differentiated)'를 보유 채널이 제작하는 방송 콘텐츠에 접목시킨 것을 지칭하는 표현.
이덕재 상무는 "분야를 결합시키는 하이브리드 콘텐츠, 영역에 얽매이지 않는 제작진의 도전 등 계속해서 시도됐던 tvN DNA가 '응답하라'의 성공으로 제대로 성과를 거뒀다"며 "지상파에서라면 결코 불가능했을 예능 제작진(이우정 작가, 신원호 PD)의 드라마 분야로의 투입이 연이어 성공을 내자 tvN 내부적으로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한다'는 사고는 톱배우에 목매 제작하는 현 드라마 시스템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강력한 소재 자체에 초점을 맞추게 이끌었다. 또한 드라마 전문제작 그룹이 아닌 이들에게 '집단 창작 시스템'을 발동케 해 더욱 신선한 재미를 생성하는데 일조했다.
이는 2014년에 더욱 활성화될 전망. 기존에 해왔던 다큐+드라마('막돼먹은 영애씨'), 영화+드라마(TV영화 시리즈), 공개 코미디+리그제('코미디 빅리그'), 보드게임+서바이벌('더 지니어스2') 등의 하이브리드 형태 강화는 물론 '응답하라'로 검증된 하나의 영역에 얽매이지 않은 제작진들이 속속 등장할 것이라는 게 이 상무의 설명이다.
# 시즌제는 계속…VOD-본방송 선순환 낳다
2013년 4분기 엔터테인업계의 주요 주식 리포트들을 살펴보면 '응답하라 1994'를 비롯한 케이블 채널에서 방영되는 시즌제 프로그램이 방송국 수익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인기 프로그램을 시청한 후 연결되는 전 시즌 VOD의 매출 상승효과에 대한 설명이 그러하다.
이는 시청률과 광고 수익에 의존했던 방송사의 새로운 매출 창구를 확보했다는 데 그 의미가 남다르다. '응답하라' 시리즈, '꽃보다' 시리즈, '더 지니어스', 'SNL 코리아', '코미디 빅리그' 등 tvN이 지속적으로 선보인 다양한 시즌제 프로그램은 이같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생태환경 변화를 주도했다.
이덕재 상무는 "온라인을 통한 VOD는 TV와 밀접하게 연관된 플랫폼이다. 최근의 VOD는 TV와 분리되지 않고, 밀접한 순환구조의 고리가 연결됐다. 일례로 다시보기가 증가하면, 이어지는 본방송의 시청률이 올라간다. 반대로 본방송의 인기가 높아지면 이를 놓치거나 재시청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설명했다.
이런 시즌제 방식은 현재 첫선을 보인 다양한 신규 프로그램에도 고스란히 접목될 것이라는 게 tvN의 입장이다. tvN 측은 "'시간탐험대 렛츠고' '식샤를 합시다' 등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콘텐츠들에 대해 향후 시즌제에 대한 기회를 열어줄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tvN은 내년 1월 13일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극본 정현정, 연출 장영우)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에 CJ E&M 이영균 홍보팀장은 "예전 시즌들보다 훨씬 작품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높아졌다. '응답하라 1994'의 성공이 시청자들에게 케이블 드라마의 인식 자체를 바꾼 것 같다"고 분석했다.
# '케이블 따위가…'는 옛맛, 광고주의 변심(變心)
10% 안팎의 높은 시청률 기록에 힘을 입은 '응답하라 1994'는 모든 광고를 완판시켰다. 물론 이게 곧이곧대로 tvN의 순이익으로 직결되진 않는다. 애초 케이블 광고시장 자체가 지상파와 다르게 구축되어 있고, 올해 지상파를 포함한 전체 방송 광고시장 전체가 역성장을 겪었기 때문.
또한 몇몇 킬러 콘텐츠가 일궈낸 수익들만큼 꾸준한 비용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 11월과 12월에 새롭게 선을 보인 tvN 프로그램만 10여개를 훌쩍 넘겼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때문에 단순 이익을 따져봤을 때 '응답하라 1994' 한 작품만으로 tvN에 거대 매출을 안겼다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확실한 것은, 광고주가 케이블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확연하게 변했다는 것. 과거 '그래봤자 케이블', '케이블 따위가…' 등의 획일화된 시선은 연이은 케이블 콘텐츠의 약진으로 지상파와의 경쟁선상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는 성과를 이뤘다.
이덕재 상무는 "광고주들의 케이블을 바라보는 인식 변화를 직접 체감한다. 가구 시청률이 관념적으로 흥행의 척도처럼 비춰지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광고주들이 관심있어 하는 영역은 타깃 시청률이다. tvN의 경우 이러한 타깃시청률에 강점이 있는 프로그램이 다수인 만큼 광고주들의 반응이 유독 좋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광고주 뿐만 아니라 연예 기획사들의 인식도 분명 변화했다. '응답하라 1994'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던 고아라, 유연석, 김성균, 바로 등의 출연배우 소속사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과거처럼 지상파와 케이블의 이분법적 구분을 하지 않게 됐다"고 입을 모으며 "해당 작품의 시나리오와 캐릭터를 보고 출연여부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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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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