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에게 가혹했던 알링턴, 축복이 될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12.29 13: 30

"알링턴 구장에 대한 좋은 기억이 없다. 하지만 이제 여기는 내 홈구장이다."
추신수(31)는 28일(이하 한국시간) 텍사스 레인저스 입단식을 가졌다. 7년 총액 1억3000만달러라는 기록적인 금액으로 보금자리를 찾은 추신수는 텍사스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에 도전하게 됐다.
입단식에서 추신수는 텍사스 홈구장인 볼파크 인 알링턴(이하 알링턴)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 뿐'이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는 "클리블랜드에서 뛸 때 알링턴 파크에 몇 번 왔는데 좋은 기억이 없다"면서 "일단 텍사스에는 좋은 투수가 많아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리고 (알링턴에 올 때마다) 부상을 당했었다"고 밝혔다.

추신수에게 거액을 투자한 존 대니얼스 텍사스 단장은 그 순간 살짝 표정이 굳어졌다. 하지만 곧이어 추신수는 "이제부터 여기가 내 홈구장이니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 여기에 왔다"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알링턴이 추신수에게는 가혹했던 게 사실이다. 추신수는 텍사스 원정경기에 22경기 출전해 타율 2할3푼9리(67타수 16안타) 2홈런 8타점에 그쳤다. 출루율은 3할9푼3리로 나쁘지 않았지만, 유독 안타가 나오지 않았다. 특히 2011년에는 부상으로 한 타석만에 물러난 기억까지 있다. 손가락 부상을 털고 알링턴에서 열린 텍사스 원정경기에 나선 추신수는 1회 첫 타석만 소화하고 옆구리 통증으로 교체됐었다.
그렇다면 과연 알링턴은 추신수에게 축복이 될까. 과거 알링턴은 타자 친화적인 구장으로 이름이 높았다. 줄곧 파크팩터(구장 특성에 따른 득점 변화,ESPN 자료 기준)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알링턴은 2011년 전체 1위에 올랐다. 홈런은 리그 평균보다 1.5배 많이 나왔고, 전체 득점도 1.4배 더 나왔다.
알링턴이 타자 친화구장이 된 이유는 기후와 구장 환경에 있다. 사막지대에 지어진 이 구장은 습도가 낮기 때문에 타구의 비거리가 더 많이 나온다. 그리고 구장 설계상의 문제 때문에 외야에서 펜스 방향으로 자주 강풍이 불어 비거리를 더 늘려준다.
다만 올해 알링턴은 조금 달랐다. 득점 파크팩터는 0.985로 오히려 평균 이하였고 전체 30개 구장 가운데 17위에 그쳤다. 홈런(0.903), 안타(0.991), 2루타(0.877), 3루타(0.672) 모두 다른 구장보다 덜 나왔다.
이는 텍사스 타자들의 시즌 성적과 무관하지 않다. 2011년 팀타율 2할8푼3리로 30개 구단 중 1위, 2012년 2할7푼3리로 3위에 올랐던 텍사스지만 올해는 2할7푼2리로 7위까지 떨어졌다. 홈런 역시 176개로 8위(2011년 210개 2위, 2012년 200개 5위)로 내려갔다. 여기에 구장 보수공사를 하면서 외야에 부는 바람이 약해져 알링턴에서 득점이 덜 나온다는 분석도 있다.
어쨌든 내년에도 알링턴은 타자에게 친절한 구장일 가능성이 높다. 개장 후 꾸준히 타자 친화적이었고, 이 때문에 텍사스는 꾸준히 투수보강에 안간힘을 썼던 구단이다. 추신수와 같이 라인 드라이브성 타구를 많이 날리는 선수에게 알링턴의 건조한 기후와 바람은 도우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신수의 각오처럼 알링턴을 집처럼 생각한다면 내년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해볼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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