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희진이 때로는 가련하게 때로는 독하게 내면을 폭발시키는 반전있는 연기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장희진은 지난 28일 방송된 SBS 주말드라마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 하염없이 불안해 하다가도 밑도 끝도 없는 자신감을 보이는 이중적인 내면 연기를 펼쳤다. 그는 이지아 앞에서는 표독스러울 만큼 차가운 인간으로, 하석진 앞에서는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여린 여자로 돌변하는 극과 극의 모습을 보였다.
이날 '세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는 이다미(장희진 분)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김준구(하석진 분)과 이혼을 선언하는 이은수(이지아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다미와 준구가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사실을 안 은수는 제일 먼저 다미를 찾았다.

은수와 만난 다미는 당당했다. 그는 “내가 부인 입장이었어도 마찬가지였겠죠. 맘에 없는 인사치레, 교양 놀이 그만두고 시작하시죠”라고 대화를 시작했다. 이어 "내가 원하는 건 김준구의 숨겨둔 여자다. 오빠는 나를 그렇게 밖에 취급 안한다. 슬프다. 거지발싸개 같다. 그런데 나 그런 남자를 사랑한다"고 가감없이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다미는 준구와의 비밀을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결혼하고도 우리 같이 보낸 적 있다. 3월에 방콕에서. 오빠는 출장이었고 난 촬영이었는데 호텔에서 우연히 만났다"며 은수의 분노를 자극했다.
이후 다미는 준구를 만나서야 속 이야기를 꺼냈다. 준구의 강요로 톱의 위치에 있던 연예계에서 은퇴한 다미는 연예계에서 도태될까 전전긍긍했던 것.
그는 준구에게 “불안한다. 몇 달 뒤 아무도 날 안 찾으면 어떻게 하냐. 은퇴한다고 했다가 뒤집어서 재수 없다고 악플, 백만 안티 백만 폭격 맞을 것 같다. 사람들이 나한테 관심 끊으면 어떻게 하냐”고 매달렸다. 배우라는 옷만 입고 살아왔던 한 여자가 벌거숭이가 돼 벌판에 선 허무함을 표현한 대목이었다.
기본적으로 다미는 당당하다. 어디서나 대접하는 톱스타라는 캐릭터를 위해 당당한 말투, 표정으로 일관한다. 잘못을 했어도 그 가운데에서 잘잘못을 따지는 냉철함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큰 약점이 있다. 바로 준구다. 준구 때문에 다미는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지만 여전히 그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은수는 시어머니의 만류, 준구의 사과에도 결국 이혼을 결심했다. 행복한 삶을 꿈꿨던 두 번째 결혼 생활은 남편의 용납 못할 과거라는 오명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이들의 관계가 정리되면서 다미와 준구의 사이가 어떻게 달라질지 지켜볼 만 하다.
한편, '세번 결혼하는 여자'는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55분에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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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 결혼하는 여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