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응답하라 1994'(극본 이우정, 연출 신원호)로 시작부터 끝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재발견'이라는 표현이 누구보다 잘 어울렸던 배우는 바로 고아라다.
고아라는 지난 10월 11일 0회 스페셜 방송부터 등장해 걸쭉한 경상남도 마산 사투리,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늘어진 추리닝 차림 등으로 여배우로서 선택하기 힘들었을 법한 파격 변신을 감행해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 고아라는 사전 인터뷰를 통해 "망가지는 역할을 꼭 해보고 싶었다"며 각오를 내비쳤고, 대본 리딩때 스스로 긴머리를 싹뚝 자르고 나타나 굳은 의지를 내비쳐 제작진을 놀라게 했다.

초반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야말로 탁월했다. 당초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 옥림 역 이후 이렇다할 눈에 띄는 대표작이 없던 고아라는 '응답하라 1994' 나정을 통해 인형같이 예쁜 여배우에서 진짜 배우로 거듭났다. 이는 20대 여배우가 기근인 현 시점에서 톱 여배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계기로 충분하다.
이같은 평가는 고아라가 맡았던 나정이 단순 망가짐에 의존한 캐릭터가 아니었기 때문. 고아라는 지난 28일 최종회까지도 '나정의 남편 찾기'라는 드라마 스토리의 중심에 서서 정우와 유연석이 연기하는 쓰레기, 칠봉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실감나게 연기해 극 전개의 긴장감을 상승시켰다. 자칫 감정선이 무너졌다면, 극의 재미는 반감됐을 터. 고아라는 눈짓, 몸짓, 대사 하나까지도 허투로 하지 않고 모든 이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예쁜 척하지 않아도 그저 예쁘기만 했던 고아라는, 내숭이란 내숭을 모두 내려놓고 사투리-욕설-방귀-술주정 등으로 중(?)무장한 나정으로 완벽 변신해 11주간 이어진 총 21화의 대장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고아라의 재발견은 드디어 끝이 났다. 이제 고아라는 자신의 앞에 펼쳐질 연기 인생 제2막을 오롯이 즐기며, '응답하라 1994'에서 나정에게 설레임을 품었던 이들의 기대에 부응할 일만 남은 셈. 차기작 제의가 빗발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만큼, 향후 고아라의 여배우로서 뚜렷한 행보가 새삼 기대되고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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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캡처(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