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22, 삼성)이 라이벌 두경민(22, 동부)과의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서울 삼성은 29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개최된 2013-2014시즌 KB국민카드 프로농구 4라운드에서 홈팀 원주 동부를 81-67로 크게 이겼다. 13승 15패가 된 삼성은 단독 6위를 지켰다. 무기력한 동부(9승 19패)는 9위에 머물렀다.
신인드래프트서 전체 3순위로 입단한 두경민과 4순위 박재현의 신인가드 대결이 관심을 모았다. 두 선수는 대학시절 내내 우승을 다투며 라이벌관계를 형성했던 사이다. 2013년 대학리그 챔프전에서 박재현이 이끌던 고려대는 두경민의 경희대를 2승 1패로 물리쳤었다. 두경민은 폭발적인 득점력이 두드러지지만 슈팅가드에 가깝다. 포인트가드로서 경기운영능력은 박재현이 낫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나란히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박재현과 두경민은 이날의 변수였다. 2쿼터 투입된 박재현은 삼성의 속공을 주도하며 차재영과 이동준에게 꿀패스를 날렸다. 기회가 오자 외곽에서 과감하게 3점슛도 성공시켰다. 박재현의 속도감 넘치는 리딩에 삼성은 38-29로 전세를 뒤집었다.
당황한 이충희 감독은 3쿼터 두경민을 첫 투입했다. 벌어진 점수를 따라잡으려면 두경민의 폭발력이 절실했기 때문. 두경민은 3쿼터에만 3점포 두 방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여기에 박지훈의 덩크슛까지 터져 동부는 15점으로 따라붙었다. 이충희 감독의 의도가 어느 정도 적중한 셈.
두 선수는 4쿼터에 명암이 갈렸다. 박재현은 결정적 스틸에 이어 마이클 더니건에게 환상적인 앨리웁 패스를 날렸다. 박재현은 종료 5분 40초를 남기고 다시 한 번 더니건에게 노룩패스로 덩크슛 기회를 줬다. 점수 차는 18점으로 벌어졌다.
작전시간을 요청한 이충희 감독은 “호떡집에 불났냐?”면서 두경민의 서두른 슈팅을 지적했다. 원래부터 두경민의 장점은 리딩보다 슈팅에 있다. 코칭스태프가 두경민이 가진 장점을 100% 이끌어내지 못하며 단점을 질책한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마지막에 웃은 선수는 9점 4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재현이었다. 그는 “감독님하고 코치님이 마음 편하게 하라고 하셨다. 마음을 비우고 흘러가는 대로 하려고 노력한 것이 좋은 결과가 있었다”며 웃었다. 김동광 감독, 이상민 코치 모두 한 시대를 풍미한 국가대표 포인트가드 출신이다. 박재현이 배울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이어 박재현은 “같은 방을 쓰는 (이)정석이 형이 이것저것 가르침을 주셨다. (김)승현이 형도 편안하게 하라고 하셨다. 앞으로 더니건과 더 잘 맞춰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며 겸손하게 수훈선수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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